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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좋아하는 작품들과 이야기들을 한 곳에서 만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매주 마인드풀에 관한 다채로운 정보와 이야기를 전달합니다.  


작가가 되고 싶은 분들은 오른쪽 상단의 '호스트 시작하기'를 참조해주세요. 


마인드풀 뮤직사운드스케이프 2편: 세상에 귀 기울인 작곡가


1. 머레이 쉐퍼와 사운드스케이프


머레이 셰퍼(R. Murray Schafer, 1933-)는 캐나다 음악협회 올해의 작곡가상(1977), 줄스 레거 상(1978), 아르튀르 오네게르 상(1980), 글렌 굴드 상(1987) 외에도 수많은 상을 수상한 현대 캐나다를 대표하는 작곡가이다.

셰퍼는 작곡 활동 뿐만 아니라 실험적인 음악 교육 과정을 설계한 음악 교육가이기도 하며, 다양한 그의 업적 중에서도 가장 잘 알려진 것은 그가 ‘소리 풍경’으로 번역되기도 하는 신조어 사운드스케이프(soundscape) 개념의 창시자라는 것이다.

셰퍼는 사이먼 프레이저 대학에서 1960년대 말부터 세계 사운드스케이프 프로젝트(World Soundscape Project)를 이끌게 되면서 사운드스케이프 개념과 음향 생태학이 현대적 학문 분야로 자리잡는 데 공헌했다. 이 프로젝트는 인간의 공동체와 그 공동체가 살아가는 음환경에 주목하면서, 생태학적으로 균형잡힌 바람직한 사운드스케이프를 연구하고 보존하고 만들어내는 것을 목표로 하며, 사운드스케이프와 소음공해에 대한 교육, 생태계 파괴로 사라져가는 전 세계의 보존 가치가 있는 사운드스케이프의 수집, 녹음 작업 등을 이어가고 있다.


2. 소음공해와 사운드스케이프 디자인


셰퍼는 소리를 소재로 사용하여 작업하는 음악가로서 자신이 살아가는 삶의 음환경을 깨어 있는 귀로 파악하면서 소음 문제에 책임 의식을 느끼는 사람이었다. 그는 소음은 곧 우리가 소흘히 한 소리이며, 소음 공해는 인간이 소리를 주의 깊게 듣지 않을 때 생기는 것이라 말한다. 


사운드스케이프: 세계의 조율

머레이 셰이퍼 지음 | 한명호 옮김 | 그물코 | 2015


셰퍼는 삶의 공간과 유리된 콘서트홀에 박제된 좁은 음악 개념을 넘어서, 인간이 살아가는 소리 환경 전체를 하나의 오케스트라로 파악하고, 세계라는 무대 위에서 사운드스케이프라는 작품이 펼쳐지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러한 관점에서 셰퍼는 사운드스케이프 디자인(또는 어쿠스틱 디자인)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제안한다. 사운드스케이프가 우리 주위에서 끝없이 변화하며 전개되는 거대한 음악작품이라면, 그 작품의 구조와 형식을 개선함으로써 어떻게 아름답고 풍부하고 다양하게 만들어갈 것인지, 그리고 거기서 얻은 음환경에 대한 앎이 인간의 건강과 복지를 위해 어떻게 쓰일 것인지 탐구하는 것이 사운드스케이프 디자인인 셈이다.

사운드스케이프 디자인은 자연과학과 사회과학 그리고 예술의 영역이 교차하는 다학제적 분야가 될 것며, 소리에 대한 의식적인 주의(음 환경에 대한 깨어있는 청취)와 책임있는 지각(우리 자신이 바로 음 환경의 연주자이자 작곡가라는 인식)의 미학이기도 하다.


3. 소리 교육


셰퍼는 사운드스케이프 디자이너가 첫째로 해야 할 일은 ‘듣는 법을 배우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제대로 듣기 위해서는 우선 소음과 부주의한 청취로 무뎌진 귀를 씻어내고 민감하게 만드는 교육이 필요했다. 쉐퍼는 그 방법으로 ‘이어 크리닝(ear cleaning)’이라 불리는, 소리를 명확히 듣고 구분하기 위한 체계적 훈련 프로그램을 제안하기도 했다.

깨어 있는 청취를 위한 소리 실습 예제를 몇 가지 살펴보자. 독자들도 직접 실천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소리교육 1: 소리, 귀, 마음을 위한 100가지 연습 노트

머레이 셰이퍼 지음 | 한명호 옮김 | 그물코 | 2015


<실습 16>

소리 일기를 위한 질문:

-오늘 아침, 눈을 떠서 가장 먼저 들은 소리는?

-어젯밤, 잠들기 전 가장 마지막에 들은 소리는?

-오늘 들었던 가장 큰 소리는?

-오늘 들었던 가장 아름다운 소리는?


소리교육 2: 소리와 음악 창작을 위한 75가지 연습 노트

머레이 셰이퍼 지음 | 한명호, 박현구 옮김 | 그물코 | 2015


<실습 60> 

한 장의 종이 악기

원을 만든 사람들에게 종이 한 장을 전달한다. 종이를 받은 사람은 그 종이로 각기 다른 소리를 만들어야 한다. 종이를 접거나 두드리거나 던지거나 찢거나 하는 방법으로 말이다. 처음에는 쉽지만 종이가 계속 전달될수록 생각해 낼 수 있는 소리들이 하나씩 없어지기 때문에 점점 더 어려워진다.


<실습 73>

종이

실내에서 소리를 내지 않고 종이 한 장을 전달한다. 종이가 크면 클수록 더 어려워진다. 동시에 여러 장의 종이를 전달할 수도 있다. 이 과제를 하는 동안 실내 배경 소음이 줄어드는 것을 느낄 수 있다.


4. 침묵의 회복


귀를 깨끗이 한 뒤에 사운드스케이프 디자이너가 해야 할 궁극적인 작업은 결국 긍정적인 침묵의 회복이다. 

셰퍼는 침묵을 회피하는 현대인의 침묵 혐오를 지적하며 현대 문화에서 침묵은 부정성, 죽음과 연관되어 왔으나, 소리가 부재하는 부정적이고 소극적인 상태로서의 침묵이 아닌 긍정적이고 창조적인 침묵이 회복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요한 침묵 속에서만 비로소 청각은 그 무엇보다 민감해질 수 있다. 따라서 사운드스케이프 디자인을 위한 궁극적인 방법은 ‘마음 속의 잡음을 고요히 만드는 것’이다. 침묵이 삶 속의 긍정적인 상태로 회복될 때 비로소 아름다운 사운드스케이프가 실현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셰퍼는 명상이 침묵의 가치와 의미를 배우게 하는 훈련이라고 여겼던 것 같다.

“명상을 부활시킴으로써 우리들은 침묵을 어떻게 하면 그 자체로 적극적이고 더 좋은 상태로, 다양한 행위를 떠오르게 하는 배경으로, 또한 그것이 없이는 자신들의 행위가 의미를 얻거나 존재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것으로 간주할 수 있는지를 배우게 될 것이다." (사운드스케이프, 394쪽)


5. 더 알아보기


머레이 셰퍼에 관한 짧은 다큐멘터리를 소개한다. 그의 육성으로 들려주는 사운드스케이프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자. 


R. Murray Schafer: Listen


점심시간 12:30 -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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