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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좋아하는 작품들과 이야기들을 한 곳에서 만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매주 마인드풀에 관한 다채로운 정보와 이야기를 전달합니다.  


작가가 되고 싶은 분들은 오른쪽 상단의 '호스트 시작하기'를 참조해주세요. 


설익은 마음에게 한 입10. 나만 좋으면 그만이지 - 크루아상


원하는 사람이 없어도

매번 기가 막힌 표현으로 나를 웃게 만드는 영국 유튜버 올리가 치즈와 후추 조합의 크루아상을 먹으며 했던 말을 옮겨본다.

"영향력 있는 뮤지션들을 보면, 첫 앨범은 대중적이고 누구나 좋아하는 음악이야. 플레인 크루아상처럼. 그리고 좀 더 어려운 두 번째 앨범이 나와. 기존 음악에 뭔가 추가한 거야. 아몬드나 초콜릿처럼 뭔갈 더해주는 거지. 그 두 번째가 보통 사람들이 제일 좋아하는 앨범이거든. 그러다 시간이 지나면 지난 몇 년간 밥 딜런이 그런 것처럼, 여전히 예술적 가치는 있지만 좋아하는 사람이 적은 음악이 나와. 덜 대중적인 음악이 나오는데 왜 그런지 알지? 똑같은 것만 계속 만들 순 없으니까! 근데 어느 순간 보면, 치즈에 후추를 더한 맛이 나오는 거야. 정말 그걸 원하는 사람이 있을까? 난 솔직히 모르겠어."

플레인 크루아상 - 맛있는 - 누구나 좋아하는
아몬드 & 초콜릿 크루아상 - 특별하게 맛있는 - 누구나 완전 좋아하는
치즈 & 후추 크루아상 - 괴상한 -?


잘 안될 때를 생각한다. 그거밖에 없는데 그게 잘 안될 때를 생각한다. 하루짜리 일수도 있고 영원을 담보로 한 몇 년 일수도 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더 열심히 해보려 애를 쓰겠지. 그것도 잘 안되면 그땐 정말 어떻게 해야 할까. 문득, 몇 년간 스산할 정도로 근황이 고요해 존재조차 잊을뻔한 어느 가수의 말이 떠오른다.

"음악을 다시 못 할 줄 알았어요. 그러다가... 어느 날 운전을 하면서 바라본 하늘에 전깃줄이 휙휙 지나가는데, 그게 오선처럼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다시 할 수 있게 됐어요."

십 년 동안 음악 만들고 노래한 사람도 저럴 때가 있는데, 나라고 저러지 말라는 법이 없겠나. 안되고 안되지만 '잘하는 것보다 열심히 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마음으로 그저 계속했더니 치즈 & 후추가 나왔을 땐, 정말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두 손 놓고 하늘에 펼쳐진 전깃줄이 오선으로 보이는 행운이 올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나? 그런 행운이 찾아오지 않으면 그 뒤엔 어떻게 되는 걸까. 치즈 & 후추 같은 걸 턱 내놓으면, 나의 '다음'을 기꺼이 기다려줄 사람들이 있을까.


사랑이냐 두려움이냐

출간이 코 앞으로 다가와 몸은 물론 마음도 동동거린다. 그동안 다른 걸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었는데 제목도 수정해야 하나 싶고, 멀쩡하게 잘 있던 문장을 넣고 빼고 다시 넣고 사진이 맘에 안 들고 난리가 났다. 시간이 없으니 지하철은 물론이고, 점심도 굶고 회사 근처 놀이터 시소에 앉아 교정지를 들여다보고 있으면 '아, 지금 뭐 하는 건가. 왜 이렇게 사는 건가'싶다. 이렇게까지 요란 떨지 않아도 어쨌거나 책은 나올 텐데, 아휴. 그러다 퍼뜩 떠오르는 대화 한 토막. 자기만의 결과를 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의사 선생님과 얼마 전에 나눈 이야기다.


그녀: 결과 설명하고 조금 전 끝났는데 힘들어요. 왜 하나 싶고. 얼마나 애를 쓰는데... 훈련에 밥맛도 잃어가며 몰두하는데 사람들은 몰라 주는 거 같고.

나 : ㅜㅜ 저도요. 이걸 왜 시작했을까요. 안 해도 편하게 살 수 있는데.

그녀 : 오늘 나랑 모드 공명이네... 반지님!

나: 네?

그녀:  나 갑자기 용수철처럼 생각났어요. 내가 괜찮으면 된다는. 내가 괜찮으면 된다... 어떻게 생각해요?

나: 좋아요!

그녀 : 나도요.

니: 에라이. 나만 좋으면 되죠ㅎㅎ 나 좋자고 하는 건데 이걸 까먹지 말아야겠어요. 나 좋자고 하는 건데 죽자고 하고 있었네요.

그녀 : 사람이라 누구나 부족하니, 이만하면 됐어요.

나 : 오늘 출근하는데 어떤 사람 티셔츠 뒤에 써진 글귀가 엄청 크게 눈에 들어왔었거든요. 우주가 우리한테 하는 말인 거 같아요. BE gentle with yourself.


모두가 플레인에서 시작한다. 가장 순수한 가능성, 가장 순수한 기쁨으로. 플레인에서 출발해 자기만의 색을 입힌다. 마치 크루아상에 초코를 덧입히는 것처럼. 온전한 하나를 다 먹어도 또 먹고 싶어서 머릿속에 줄곧 맴도는 근사한 크루아상이 된다. 그렇지만 매번 빛나는 초코 아몬드 크루아상을 만들 수도 없는 노릇이니, 자꾸 뭔가를 더하다 보면 마침내 치즈&후추가 돼버릴 수도 있는 거다. 예전에 어디선가 읽은 내용인데, 모든 감정의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면 딱 두 가지밖에 없다고 했다. 사랑 아니면 두려움. 치즈와 후추를 덮어쓴 크루아상의 태초를 거슬러 올라가면 무엇이 있을까. 새로운 크루아상을 만드는 기쁨일까, 남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더 나은 걸 만들어야 한다는 압박감일까. 만약 두려움에서 시작된 치즈&후추라면 처음으로 다시 돌아가야 할지도 모른다. 아무도 좋아하지 않아도 상관없는, 나만의 순수한 가능성과 기쁨이 시작됐던 그곳으로.

이제 얼마 뒤면 수시로 내 책을 검색해보면서, 그 아래 달린 댓글을 읽으면서 내 창작물에 대한 남들의 평가를 피할 수 없겠지만 나는 계속 창작자로 살고 싶다. 남들이 좋아할 만한 무언가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그게 뭔지 아는 것만으로도 대단하지만), 앞으로 무언가를 만들면서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 생각, 세상의 한 장면을 나의 문장으로 옮기는 순수한 기쁨을. 말은 이렇게 해놓고 오늘도 놀이터 행이겠지만, 실은 시소 뷰도 썩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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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반지


     글로 마음을, 요리로 몸을 돌보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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