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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좋아하는 작품들과 이야기들을 한 곳에서 만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매주 마인드풀에 관한 다채로운 정보와 이야기를 전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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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드풀 뮤직격리된 이들을 위한 방구석 콘서트

마인드풀 뮤직 5 – 격리된 이들을 위한 방구석 콘서트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휩쓸며 우리 삶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한국은 현재 누적 확진자가 10명대를 오가며 비교적 안정세에 접어들었지만, 전 세계적으로 아직 코로나의 여파는 가시지 않고 있다.


코로나는 우리의 일상도 크게 변화시켰다. 자가격리와 사회적 거리두기 그리고 재택근무나 화상 커뮤니케이션 같은 언택트 문화가 일상화되었다. 예술 분야, 그중에서도 오프라인 기반의 공연예술계는 큰 타격을 입었다. 거의 모든 행사나 공연이 취소되었기 때문이다.


필자도 상반기 예정되었던 모든 행사가 취소되면서 프리랜서 음악가로서 무력감과 답답함을 느끼곤 했다. 이러한 비극 앞에서 무얼 할 수 있을지 되물어 보아도 뾰족한 수가 없었다.


하지만 부정적 변화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오프라인 공연이 불가능해지면서, 평소 쉽게 접할 수 없었던 아티스트들의 라이브 콘서트를 방 안에서 감상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수많은 콘서트홀이나 연주 단체 등이 무관중 공연 실황을 인터넷에 공개하면서, 다양한 분야의 아티스트들을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오늘은 평소 필자에게 영감과 위안을 주었던 아티스트들, 코로나로 무너진 일상과 무력감을 달래고, 다시 새로운 날들을 꿈꾸게 했던 아티스트들의 음악들을 소개하려 한다. 몇 년 전에 했던 라이브 공연이 이번에 공개된 것도 있고, 무관중 라이브 공연으로 최근에 진행된 것도 있다.


1. 올라퍼 아르날즈(Ólafur Arnalds) -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 라이브 (2015)


아이슬란드 출신의 올라퍼 아르날즈는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현악기와 피아노의 아날로그적 음향과 세련된 비트의 전자음향을 결합한 앰비언트/일렉트로닉 음악을 만들고 연주하는 프로듀서다.


그의 음악은 아날로그적 감성과 트렌디한 비트가 결합되면서 그의 고향 아이슬란드처럼 다양한 경치와 이야기를 그려내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다양한 영화 OST에도 사용되었는데, 영국의 인기 드라마 브로드처치(Broadchurch) OST가 가장 대표적이다.


본 영상은 올라퍼 아르날즈의 2015년 마지막 세계 투어 콘서트였던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 라이브 2015’ 전곡 실황을 녹화한 것으로 5월 8일에 공개되었다. 앙코르까지 총 14곡을 담고 있는데 <Found Songs(2009)>, <...And They Have Escaped the Weight of Darkness(2010)>, <Living Room Songs(2011)>, <For Now I Am Winter(2013)>, <The Chopin Project(2015)>, <Broadchurch(2015)> 등 다양한 음반의 수록곡들이 골고루 실려 있어서 올라퍼 아르날즈의 음악을 접해 보지 않았던 분들이 그의 작품 세계를 폭넓게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보통 그의 음악은 소규모 스트링 앙상블에 피아노, 신디사이저 등으로 구성되는데, 이번 콘서트에서는 지휘를 맡은 빅토르 오리 아르나손(Viktor Ori Árnason)의 편곡으로 현악 앙상블에 플롯, 클라리넷, 프렌치호른, 트롬본까지 적지 않은 시드니 챔버 오케스트라 연주자들이 함께했다.


연주할 때의 진지함과 깊이 있는 음악과 대조되는 그의 헐렁한 말투와 표정 그리고 유머감각이 또 다른 관전 포인트다.


올라퍼 아르날즈의 음악에 매력을 느꼈다면, 그가 야누스 라스무센(Janus Rasmussen)과 함께 결성한 일렉트로닉 테크노 듀오 ‘키아스모스(Kiasmos)’의 라이브 영상을 추천한다. 오페라 하우스 라이브의 서정성 짙은 음악과는 또 다른, 경쾌한 비트가 찌뿌둥한 몸을 깨울지도 모른다.


Kiasmos – KEXP 라이브 (2017. 8. 31)


2. 요한 요한슨(Jóhann Jóhannsson) - KEXP 라디오 라이브 (2017)



사랑에 대한 모든 것(2014), 드니 빌뇌브 감독의 시카리오(2015), 컨택트(2016) 등 다수의 영화 음악으로 잘 알려진 요한 요한슨은 클래시컬한 오케스트라 사운드와 전자 음향을 결합하는 그만의 음악 어법으로 잘 알려져 있다. 올라퍼 아르날즈와 마찬가지로 아이슬란드 출신이면서 최근 영화 음악계에서 가장 촉망받는 작곡가 중 하나였던 요한 요한슨은 지난 2018년  48세의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다음 작품이 언제나 기다려지던 작곡가였기에 그의 죽음은 필자에게도 참 안타까운 기억으로 남아 있다.


본 공연은 시애틀의 공영 라디오방송국이자 얼터너티브, 인디 록 장르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채널인 KEXP에서 2017년 4월 20일에 녹음된 것이다. 그의 마지막 솔로 앨범 <Orphée(2016)>의 수록곡 4곡과 함께 그의 육성 인터뷰를 들을 수 있다.


코로나와는 무관하던 2017년에 공개된 것이지만, 이미 세상을 떠난 그가 남긴 음악과 연주는 여전히 살아 있는 우리들을 위로하고 어루만진다.


3. 류이치 사카모토(Ryuichi Sakamoto): 격리된 이들을 위한 피아노 연주(Playing the Piano for the Isolated) (2020)



대표곡 Merry Christmas Mr. Lawrence나 다양한 영화 음악으로 대중들에게 잘 알려진 류이치 사카모토는 굉장히 넓은 스펙트럼을 지닌 작곡가다. ‘옐로우 매직 오케스트라’ 같은 초창기 시티팝 음악으로부터 클래시컬한 오케스트라 사운드의 영화 음악들과 서정적인 피아노곡, 재즈나 보사노바 뿐만 아니라 독일의 전자음악가 알바 노토(Alva Noto)와 꾸준히 협업하며 발표하는 실험적인 전자음악, 그리고 <Async(2017)> 같은 최근의 앰비언트 음반까지,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것보다 훨씬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보여주고 있다.


본 영상은 2020년 4월 2일 도쿄에서 진행된 무관중 콘서트로, 코로나 사태로 격리된 이들을 위해 진행되었다. <Async>의 첫 번째 트랙이기도 한 피아노 솔로 ‘Andata’가 콘서트를 열면서, 특별 게스트인 샤미센 연주자 히데지로 혼조의 솔로 연주가 이어진다. 다음으로 두 사람이 악기로부터 발생하는 다양한 소리와 소음을 이용한 즉흥 사운드 퍼포먼스를 보여준 뒤, 본 콘서트의 메인 프로그램인 사카모토의 피아노 곡들이 이어진다.


이와 비슷한 즉흥 사운드 퍼포먼스나 앰비언트 사운드에 관심이 있다면, 다음 영상도 감상해 보기를 권한다.


류이치 사카모토: 소리 치유를 위한 즉흥연주(Improvisation for Sonic Cure) (2020. 2. 29)


이 영상은 UCCA(Ullens Center for Contemporary Art)와 중국의 비디오 플랫폼 앱 콰이쇼우(Kuaishou)의 협업으로 위촉된 “Sonic Cure” 시리즈 중 하나로, 중국의 고립된 사람들을 위로하기 위해 기획된 프로그램이었으며, 현재 고립되어 있는 전 세계의 사람들과 이 음악을 나누기 원했던 사카모토의 뜻에 의해 4월 22일에 유튜브에 공개되었다. 작은 돌멩이와 사기 그릇을 부딫히고 긁는 소리로부터, 싱잉볼, 심벌, 활, 피아노, 일렉기타 그리고 신디사이저까지, 그의 스튜디오에 있는 다양한 악기와 도구를 오가는 독특한 소리들을 들으며 갑갑하고 지루한 일상으로 둔감해진 귀를 씻어 보는 건 어떨까.


4. 닐스 프람(Nils Frahm) – Empty (2020) (비디오)



닐스 프람은 필자가 이번에 소개한 예술가들 중 우리나라에는 가장 덜 알려진 사람이지만, 필자가 가장 애정을 갖는 예술가이다. 독일 출신의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인 닐스 프람은 다양한 피아노와 신디사이저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결합하는 음악을 만들어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데뷔 앨범인 <Wintermusik(2009)>으로부터 <Felt(2011)>, <Spaces(2013)>, <Solo(2015)>, <All Melody(2018)> 등 외에도 다양한 아티스트들과 콜라보 작업도 이어가고 있으며, 첫 번째로 소개한 올라퍼 아르날즈와도 각별한 사이로 두 사람이 함께 <Trance Frendz(2016)> 등의 음반을 내기도 했다. 피아노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꼭 들어보기를 권한다.


본 영상은 2020년에 발매된 동명의 피아노 음반 <Empty(2020)>를 기념하여 촬영된 27분의 짧은 비디오로, 알프스의 설원에서 커다란 마이크와 테이프 녹음기를 메고 자연의 소리를 담는 닐스 프람의 모습을 그의 음악과 함께 고요하게 비추고 있다.


<Empty(2020)> 음반은 사실 그가 2020년 베를린의 덜튼 스튜디오에서 새로운 음반을 위해 여름밤 이틀 동안 녹음해 두었던 스케치였다. 하지만 다음날 아침에 다락 침대에서 굴러 떨어져 왼쪽 엄지 손가락이 부러지는 부상을 입은 닐스 프람은 진행되던 앨범 작업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이틀 간의 녹음 스케치를 뒤로 한 채, 다친 한 개를 제외한 나머지 9개의 손가락으로 조심스럽게 연주한 곡들이 먼저 <Screws(2012)>라는 이름으로 발매되었다. 


<Screws> 중 한 트랙인 'Re'의 애니메이션 뮤직비디오


닐스 프람은 그 날 이후 잊고 지내던 이 조용한 스케치들을 바로 지금 시기에 공개해서, 고독 속에 있는 이들에게 힘과 위로가 되기를 원했다. 그렇게 탄생한 음반이 <Empty(2020)>다.


<Empty> 비디오에서 닐스 프람은 마치 현미경으로 사물을 관찰하듯, 녹음기와 고성능 마이크를 든 채 산과 바람, 나뭇가지와 물, 뽀드득거리는 눈 소리에 가만히 귀를 기울인다. 그렇게 자연의 소리를 귀 기울여 깊이 듣는 것처럼, <Empty> 음반에서도 그는 피아노의 소리 하나 하나에 귀를 기울인다. 적은 음과 반복적인 코드만으로도 결코 단순하지 않은 깊은 음악을 만들어내는 건 그가 그렇기 ‘깊이 듣는’ 사람이기 때문일 것이다.


5. 나가며


지금까지 총 네 명의 예술가와 그들의 음악을 소개했다. 코로나 사태 이전에 만들어지고 연주된 것들도 있고, 코로나 사태 이후 만들어진 것들도 있다. 비극 속에서도 예술가들은 끊임없이 음악을 만들고 또 연주한다. 언제 어디에서 만들고 연주된 음악이든, 우리는 그들의 음악을 들으며 동시대를 살고 있는 다른 누군가의 감정과 생각, 희망과 절망, 어제와 오늘을 듣는다. 그러면서 어쩌면 보이지 않는 내일을 더듬고, 살아가고 견뎌나갈 힘을 얻는지도 모른다. 이런 시기에도 끊임없이 음악을 만들고 연주하는 모든 음악가들과 예술가들에게 감사와 존경을 보낸다.



 

     ABOUT AUTHOR

     김용재


         "잊지 못할 소리를 글로 더듬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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