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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좋아하는 작품들과 이야기들을 한 곳에서 만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매주 마인드풀에 관한 다채로운 정보와 이야기를 전달합니다.  


작가가 되고 싶은 분들은 오른쪽 상단의 '호스트 시작하기'를 참조해주세요. 


숲과 놀이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걸어야 느낄 수 있는 것들




역시 작고 낮은 곳에 피는 들꽃들은 눈여겨 살피고 느리게 걷지 않으면 만나기가 어렵다. 

빠르게 돌아가는 일상에서 바삐 움직이며 무심코 흘려버렸을 모든 작지만 소중한 것들을 떠올렸다

 목적으로 가는 것에 욕심을 내면 항상 속도가 빨라지고 많은 것을 놓치게 된다.

 좀 더 일상을 소중히 살피리라. 

길 위에서 들꽃을 만나며 오늘도 또 하나를 배워간다.



- 우리의 호흡엔 모든 생명의 호흡이 깃들어 있습니다. 자연과 내가 둘이 아님을 압니다. 

자연 속에서 만난 사람, 생명 그리고 마음을 나누고자 합니다. -



포근한 공기와 보드라운 바람이 느껴지면 어김없이 들녘, 숲속의 여기저기서 꽃망울이 터지기 시작한다. 

드디어 봄이 왔다. 엉덩이가 들썩거리고, 가슴이 벌렁벌렁하다. 겨우내 꾹 움츠려있던 몸 안의 기운들이 꽃망울처럼 터져 나오지 못해 안달이었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속되고 있고 사람들은 집으로 숨어들었지만, 어차피 인적이 드문 산이며 들로 다니는 필자에겐 남의 얘기일 뿐이다. 과학적, 의학적으로 대비하고 조심할 것들은 잘 챙기되 되도록 일상을 일상답게 살아갈 생각이다. 어떤 이는 지구가 멸망해도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는다고도 하지 않았던가.



산우와 간월재로 가기로 약속을 잡는다. 부러 인적이 드문 평일 늦은 오후에 출발해 산정에서 일몰을 볼 요량이다. 오후 4시에 만나 산하로 향하는 길, 벚꽃비가 흐드러지게 내린다. 이 절경을 뒤로하고 산으로 가기엔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바람과 함께 꽃비와 향기가 날아온다. 한낮, 봄날의 볕을 담뿍 받은 벚꽃향이 진하다. 넘어가는 해의 빛은 머리 위에서 내리 쬐는 정오의 빛과 다르게 따스하고 반짝인다. 바람에 살랑거리는 꽃잎 사이로 빛도 일렁인다. 고운 하늘색과 보드라운 바람, 벚꽃은 만발하여 꽃비 나리니 이 모든 것의 조합이 너무 완벽하였다.



너무 좋으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이대로 산하의 벚꽃길이나 걸을까?’하는 마음이 순간 든다. 산우도 아니나 다를까, “우리 그냥 산에 가지 말고 벚꽃구경이나 실컷 할까?”하고 물어온다. 우리는 잠시 동했다가 이내 맑은 하늘을 보며 아름다운 일몰을 머릿속으로 떠올렸다. 기대감이 우리를 다시 산 초입으로 이끌었다.




산길을 걷기 시작하니 고운 신록이 완연하다. 연달래가 만발하여 참 곱다. 마스크를 착용했더니 숨이 가쁘다. 그 덕에 천천히 느린 걸음으로 걷다보니 발 아래로 길가에 핀 현호색이 보인다. 파랑과 보라색이 오묘하게 섞인 색감이 곱다. 한번 보이기 시작하니 여기저기 현호색 군락지가 눈에 들어온다. 간월재는 필자가 가장 사랑하는 산행코스로 일 년간 ‘수요간월’이라 이름 붙이고 산우와 함께 수요일마다 비가 오나 추우나 더우나 간월재를 찾았었다. 그렇게 자주 오던 산인데도 현호색 군락지가 있는 줄 오늘에야 처음 알았다.


역시 작고 낮은 곳에 피는 들꽃들은 눈여겨 살피고 느리게 걷기 않으면 만나기가 어렵다. 빠르게 돌아가는 일상에서 바삐 움직이며 무심코 흘려버렸을 모든 작지만 소중한 것들을 떠올렸다. 목적으로 가는 것에 욕심을 내면 항상 속도가 빨라지고 많은 것을 놓치게 된다. 좀 더 일상을 소중히 살피리라. 길 위에서 들꽃을 만나며 오늘도 또 하나를 배워간다.


높아진 기온으로 숨이 턱턱 막힌다. 기온에 맞지 않게 두터운 바지를 입고 왔기 때문이기도 하다. 

덥고 힘들면 쉬어가면 그만이다. 절터꾸미에서 걸음을 멈춘다. 이곳은 아주 예전 절이 있었던 터로, 지금은 정씨묘가 들어선 산 중턱 판판하고 양지바른 곳이다. 몇 해나 살았을 지 가늠되지 않는 아름드리 소나무 두 그루가 멋드러진다. 그 옆에 앉아 쉬어가기로 했다.



가장 좋아하는 자리에 앉아 숨을 고른다. 오르막을 오르며 온몸으로 피를 보내주던 심장이 아직도 두근거린다. 온몸에 피가 팽팽 돌고 있는 것이 느껴진다. 바람이 휙 불어 땀을 날려준다. 개운하고 상큼하다. 이 맛에 자꾸 산을 찾게 되는지도 모를 일이다. 좋으면 머무르고 싶은 마음이 생기기 마련이다. 이 소나무 옆자리만 오면 그 애착이 더욱 커져 하염없이 머무르고 싶다. 우리는 가져온 오렌지를 하나씩 까먹으며 우두커니 앉아 있었다.


시간을 보니 일몰 때를 맞추기가 빠듯해졌다. 벚꽃에, 들꽃에, 절터꾸미까지 늦장을 부린 탓이다. 이미 충분히 행복했다고 위안했지만 일몰을 보고 싶은 욕심에 급한 마음이 들었다. 급한 마음이 드니, 걸음이 자연스레 빨라졌다. 진달래를 만나고, 생강나무 꽃을 만났지만 빠른 걸음 탓에 제대로 느낄 여유가 없었다. 숨이 턱까지 차오른다. 우리는 잠시 선 자리에 멈춰 숨을 고르고 물을 꺼내 들이킨다.



차분한 호흡으로 돌아오니 드디어 주변이 제대로 보였다. 빠르게 걷는 동안 알아차리지 못했던 흐린 하늘이 보인다. 우리가 걷는 사이 맑은 하늘에 구름이 그득 몰려왔나보다. 이대로라면 우리가 상상한 붉게 넘어가는 해넘이를 만나지 못할 확률이 높다. 생각대로 좌지우지 할 수 없는 일에 마음을 두어봐야 괴로울 뿐이다. 자연이 하는 일을 한낱 인간이 어찌하리. 마음을 비우고 우리의 걸음 속도로 천천히 걸어간다. 아까 휙휙 지나간 생강나무가 조그만 폭죽 터지듯 팡팡 피어있다. 진달래의 빛깔이 참하다. 여유가 생기니 시각으로만 만나던 꽃들의 느낌이 가슴으로도 들어온다.


우리는 꾸준히 걸어 정상에 도착해 감탄했다. 천황산과 재약산 사이 오목한 천황재로 넘어가려는 해를 만났다. 시간을 딱 맞춘 것이 절묘하다. 간월재는 바람이 넘어가는 곳으로 열에 아홉은 거센 바람을 만나기 마련인데, 오늘따라 바람이 고요하다. 구름이 그득 있어주는 덕에 은은하게 물들어가는 해넘이를 만나니 더욱 포근한 느낌이다. 일몰이 가장 잘 보이는 자리에 앉아 도시락을 꺼내고 따뜻한 차를 내니 어떤 식당 못지않다. 밥이 달다.


해넘이는 고작 몇 분인데, 우리가 느끼는 시간은 쭉 늘려 놓은 듯 천천히 갔다. 똑같은 속도로 움직이는 해가 하루 중 유달리 격한 변화를 보여주는 때라 그렇게 느끼는 지도 모를 일이다. 말없이 한참을 해가 넘어가는 것을 바라본다. 빛이 사라지는 속도만큼 추위와 바람이 몰려온다. 짐을 싸고 내려갈 채비를 한다.



세상이 서서히 어둑해진다. 이 변화 또한 잘 느끼고 싶어 느릿한 걸음으로 걷는다. 어둠에 서서히 익숙해지니 길이 제법 잘 보인다. 절터꾸미까지는 램프없이 어스름한 빛에 기대 내려왔다. 어둠 속에서 만나는 나무의 그림자들이 참으로 좋다. 낮에 볕에서 자세히 만나는 나무의 모습과 달리 그 실루엣을 또렷하게 만날 수 있다.


빠르고 신속한 것이 좋은 도시와 다르게 숲 속은 천천히 느리게 보내야만 만날 수 있는 것들이 훨씬 많다. 누구든 숲으로 가신다면 도심의 습관은 잠시 놓아두고 느린 속도로 숲과 교감해 보실 수 있기를. 우리가 느낀 이 감사함을 함께 나눌 수 있기를 바라본다.



 

     ABOUT AUTHOR

     노진경


         자연을 닮아 자연스럽게 순리대로 살아가고자 하는 인생여행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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