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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나 안에서 존재연습5편|두려움은 망상임을 믿을 수 있다면

부제_ 망상을 격파하는 무공자가 되고 싶다

수련 중, 허리 통증이 유독 심했다. 전에도 후굴 동작을 하면 허리 척추가 빠질 것처럼 아파서 호흡으로 겨우 동작을 유지했는데, 이번엔 정도가 심했다. 전 시간에 목을 잘못 쓰는 바람에 오른쪽 어깨와 목 근육도 놀라 경직된 상태였다. 주말 내내 아무리 마사지를 하고 찜질을 해도 놀란 근육은 지독한 통증을 일으키며 성질머리를 부렸다. 앉으나 서나 누우나 뒷골부터 관자놀이까지 통증이 뻗쳐서 신경을 예민하게 건드렸다. 그렇게 놀랐던 것이 마음까지 움츠러들게 한 것일까. 나는 겁을 집어먹은 건지도 몰랐다.

 

선생님은 망상에 대해 말씀하셨다.

망상에 젖는다는 것. 우리는 생활 속에서 ~일 것이다, 아닐 것이다, ~인 것 같다, 아닌 것 같다는 말로 추측하며 지레 망상에 빠질 때가 있다. 그런 망상에 젖어 있다는 걸 알아차리는 일도 대단한 일이고 오랜 수련을 필요로 하는 일이다.

수련 동작을 할 때도 여지없이 적용되는 말로, 어떤 동작을 깊이 들어갈 때 우리는 동작에 수반되는 통증이 너무 심해서 나를 허용하지 못할 때가 있다. 그러나 멀리 떨어져서 나를 바라보면 그것은 나의 실제가 아니다. 나는 통증과 상관없이 존재한다. 통증을 두려워하는 ‘망상’을 파괴하고 통증을 허용하는 것. 파괴한다는 사실조차 허용하는 것. 어떻게 내 마음을 허용하느냐에 따라 누군가와 금세 친해지기도 하듯, 나를 두려움 속에서 제한하지 않고 서서히 허용하는 것. 그것은 곧 내가 나로서 존재하는 연습이기도 하다고.

 

후굴 동작 외에 수련 전반적으로 나는 나를, 통증을 허용하지 못했다. 그 통증은 실제가 아니라는 말을 믿지 못했다. 망상으로 치부하기엔 통증은 나를 너무나 두렵게 했고 아프게 지배했다. 한번 목을 다쳐보니 선생님이 괜찮다고 말해도 나의 미숙함으로 충분히 또 스스로 다치게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또한 내 몸 상태는 누구보다 내가 제일 잘 아는 것이 아닐까, 나 스스로 적절히 조절하지 않으면 누구도 내가 얼마나 아픈지, 얼마나 더 깊어질 수 있는지 알지 못하는 게 아닐까 싶었다.

 

결국 선생님이 시간을 들여 충분히 깊어지기를 기다려주었음에도 나는 통증과 두려움의 벽을 넘어서지 못하고 버틸 수 있는 통증까지만 깊어졌다. 그런 과정의 시간도 필요하다고 여기면서.

선생님은 안 되는 것을 인정하고 할 수 있는 만큼을 알아차리는 용기도 대단한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누구보다 나 자신에게 비폭력적이어야 한다고 하셨으니, 지금 선뜻 열리지 않는 마음의 문을 억지로 여는 것도 나에게 폭력적인 일이 아닐까.

 

이번 명상을 통해 나는 나 자신의 반대편을 돌아보았다. 역시 아직 허용하지 못하고 두려워하는 일들이 너무 많구나. 내가 느끼는 통증은 거대하기만 해서 영락없이 통증에 지배당하는구나. 자아와 통증을 따로 떨어뜨려놓고 볼 여유가 없구나, 하는 것들을.

 

관계에도 당연히 적용되는 일이겠지.

내겐 두려운 일이 자잘하게도 너무 많다. 그것들은 뭉치고 뭉쳐서 어느 날 거대하게 나를 덮쳐오는데, 그 거대하게 덮쳐올 것을 미리 예상하고 자잘하게 매일 두려워한다.

 

어떤 날은 마음이 확 열려서 누군가에게 진실한 속마음을 실컷 드러낼 때가 있는데, 그러고 나면 어김없이 후회가 감시원처럼 나를 방문한다. 후회의 노크 소리에 지레 놀라 자진해서 지옥의 문턱을 밟는다. 내가 너무 많은 말을 한 게 아닐까. 그 사람이 나를 판단할 수 있는 요소들을 너무 쉽게 개방한 게 아닐까. 내가 속마음을 터놓을 용기를 냈다면 상대가 적어도 나를 함부로 판단하지 않으리라는 믿음이 있어서겠지만, 그럼에도 나는 두렵다.

 

 

정여울 작가는 『마흔에 관하여』라는 저작에서 이런 말을 했다.

 

“(어떤 의견을 표하는 글을 쓸 때) 예전 같으면 생각을 정리하는 데도 오래 걸렸을 것이고, 온갖 자료와 문헌을 뒤졌을 것이고, 그러고도 확신이 생기지 않아 권위자의 자문을 구했을 것이다. 이제는 이게 과연 맞는 생각일까 고민하며 온갖 자문을 구하지 않는다. 이것이 공자가 말하는 불혹과 일맥상통한다면, 나는 이런 ‘미혹되지 않음’이 참으로 좋다. 이제는 내 의견을 만들기 위해 온갖 참고문헌을 끌어들이고 주변의 온갖 시선을 의식하는 피곤한 감정노동을 하지 않을 수 있다.(...)

아무리 주변 사람들이 눈치를 줘도 ‘그래도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들’의 목록이 흔들리지 않는 순간, 우리는 ‘불혹’이 되는 것이 아닐까. 세상이 당신의 의견을 비웃으며 ‘혹시 네 생각은 틀린 것이 아닐까’라고 의심하는 눈빛을 보내도, 그래도 거침없이 말하라. 당신이 떠올린 바로 그 첫 번째 생각을. 당신이 마음 깊숙한 곳에서 길어 올린 가장 당신다운 생각을.”

 

두려움 없이 나 자신을 그대로 허용하는 일이 ‘불혹’이라면, 나에게는 아직 그때가 찾아오지 않은 것 같다. 나는 마음속에서 떠올린 첫 생각이 정말 나다운 생각인지 때때로 확신할 수 없고, 그 생각을 타인이 비난하지 않을까 두려워진다. 수련일지를 쓰는 일 역시 매일 나를 두려움의 망상 속으로 꿰어낸다. 그럼에도 오늘은 쓰기로 마음을 허용한다. 니체는 말했다.

 

“머뭇거리는 생이여, 늦었다고 생각할 때 재빨리 악행을 저질러라.”

 

고여 있느니 차라리 악행이라도 저지르는 게 낫다. 거기서 뭐라도 배운다니.

때때로 어떤 망상은 파괴되기도 하는 것이다. 파괴하고 파괴하지 못하면서 나아간다.

 



 

     ABOUT AUTHOR

     여름곰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에서 어슬렁거리며 방황하는 존재입니다. 앞으로도 계속 흔들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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