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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나 안에서 존재연습2편 | 누구보다 나 자신에게 비폭력적일 것.

부재  _숨의 세계로 입장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은 과거에 행한 행위의 결과로 나타나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미래에 나타날 현상의 원인이 된다. 그러므로 행위가 운명을 결정한다."

ㅡ 요가 경전 <바가바드기타>




'하타요가'를 발견했을 때 이 문구에 마음이 머물렀다. 아쉬탕가 요가와 빈야사 요가 외에 요가의 종류가 더 많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하타요가'라는 이름을 내건 곳에서 수련해본 적은 없어서 궁금했다. 아쉬탕가든 빈야사든 수련을 한자리에서 오래 한 건 아니고, 몇 년간 여러 요가학원을 전전하며 배운 동작을 집에서 따라 해 보는 정도여서 새로운 운동을 배워보고 싶은 수련 초보생의 마음이 있었다.


사실 몇 년째 마음에 품고 있던 운동은 따로 있었다. 복싱. 집 근처에 있는 2층 복싱 체육관을 왔다 갔다 하며 꽤 오래 힐끔거렸다. 허름한 건물 계단을 올라가 복싱장 문 앞까지 간 적도 있지만, 그날 하필 문이 잠겨 있고 휴대폰 번호만 걸려 있었다. 이 무슨 얄궂은 운명의 장난인지 마음의 움직임이란 것도 타이밍이 안 맞으면 소용없었다. 마음을 좀처럼 실천에 옮기지 못하는 나는 고인 물이 되었다. 고여 있는 ‘나’라는 사람의 물길이 어떻게든 트인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는 계기가 필요했다. 그러던 차에 운명처럼 홀연히 내 눈에 얻어걸린 하타요가. 뭐가 됐든 새로운 경험은 도움이 되겠지. 그런 믿음으로 오전 수업에 참여하기 위해 초겨울 아침, 지하철에 올랐다.


지도를 보고 찾아든 곳은 조금쯤 색이 바랜 건물 2층. 한여름 초록 나뭇잎 빛깔의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자 좁은 현관이 나오고, 아이보리색으로 하늘거리는 커튼을 젖히니 15평 남짓한 공간이 드러났다. 이미 모인 요가 수련생들 일곱 명가량이 방바닥에 둥글게 앉아 요가 선생님이 내려주는 보이차를 마시고 있었다.


사람들은 대체로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를 유지했다. 공기를 머금고 조곤조곤 말하며 낮게 깔린 공간의 흐름을 해치지 않았다. 손에 길든 다기를 능숙한 솜씨로 다루며 차를 내리는 여자 선생님은 수련생들 한 명 한 명과 눈을 마주치며 소탈하게 얘기를 나누었다. 긴 머리를 소담하게 땋아서 한쪽 어깨로 늘어뜨렸는데, 눈웃음이 아기처럼 맑은 분이었다. 이름 외에는 굳이 신상정보를 묻지 않고 떠오르는 얘기가 있으면 시냇물 흘러가듯 잔잔히 내놓으며 서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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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련이 시작되고 처음 10분에서 15분가량은 자신에게 집중하는 명상시간을 가졌다. 바깥 날씨는 쌀쌀한데 안에서는 반팔 차림으로 수련하니 정적인 명상 중에 추울 수 있으므로 담요가 필요한 사람은 덮으라는 것부터 신선했다. 그래도 여러 요가원을 다녀보고 유투브로 몇몇 요가 채널을 경험했는데, 명상전문 채널을 제외하고 수련 과정에서 명상에 15분이나 할애하는 경우는 처음이었다. 시작부터 남다른 느낌이 밀려왔다. 명상은 가부좌나 반가부좌 자세로 척추를 곧게 펴고 눈을 감은 채 진행됐다. 그 사이 선생님의 수련을 조언하는 말들이 드문드문 이어졌다.


“저는 요가를 하면서 한 가지 배운 점이 있습니다. 요가는 초능력도 아니고 모든 걸 치유하는 만능 치료법도 아니지만, 단 하나, 부정적인 상황에서 긍정으로 나아가는 힘을 발견하게 해줍니다. 수련을 하다 보면 하기 쉬운 동작도 있고 하기 싫은 동작도 있는데, 하기 싫은 동작은 힘들어서 그럴 테지만, 다르게 생각하면 정말 내게 필요한 동작이라는 뜻일지도 모릅니다. 내가 어떤 동작을 할 때 너무 힘을 주고 있지 않은가, 힘을 주었다면 그 부위를 의식하면서 힘을 다시 놓아주고, 스스로 몸을 자유롭게 해주는 일이 무언지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일상생활에서도 마찬가집니다. 내가 지하철을 타고 가다가 몸에 힘을 주고 있다면 그건 무엇 때문인가, 생각해볼 수 있게 하는 힘이 요가를 수련하면서 생깁니다. 지금의 나를 돌아보는 힘입니다.”


명상 뒤에 이어지는 일련의 동작들은 그동안 경험한 방식과 달리 몇 배는 느리게 진행됐다. 가령 앉은 자세에서 한쪽 다리를 펴고 다른 쪽 다리는 접어 회음부 가까이에 붙인 뒤 상체를 숙여 앞으로 쭉 뻗는데, 그때 충분한 시간을 두고 천천히 호흡하면서 점점 깊어진다. 몸의 감각과 숨에 몰입해서 서서히 깊어지고 난 뒤에는 한차례 머물며 몸에 힘이 들어간 곳이 없는지를 살피고 힘을 놓아주는 연습을 한다. 이전 자세에서 아주 조금만 자세를 달리하며 수련이 이어졌다. 

다른 요가 수업에서는 빠르게 지나가던 한 뭉텅이의 동작을 세 부분 혹은 다섯 부분으로 나누어 섬세하게 접근한다. 조급하게 몸을 몰아세우지 않고 자신에게 시간을 주는 연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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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은 이런 말씀을 하셨다.

인간은 비폭력적이어야 한다. 말하자면, 누구보다도 자신에게 비폭력적이어야 한다. 요가 수련을 할 때 몸을 깊이 들여다보고 내가 무리하게 힘을 주고 있다면 자신의 디테일에 맞게 조정해서 몸을 돌볼 줄 알아야 한다고.


파워요가 같은 역동적인 동작이 착착 이어지는 게 아니라, 시간과 공간과 나 자신에 온전히 몰입해서 한 동작 한 동작을 공들여 살피는 나무늘보의 흐름 같았달까. 시공간에 몸이 녹아들어 내가 여기인지 여기가 나인지 경계가 사라지는 도사의 수련 같았달까. 하타요가를 깊이 수련하면 그 허무맹랑해 보이는 공중부양이란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몸을 붕 띄우고 합장하는 자세가 마냥 불가능한 일은 아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만큼 몸과 세계가 혼연일체 되어 부드럽지만 단단한 시간을 지난다. 느린 시간을 지나고 나면 내 몸은 마치 하나의 부드러운 막을 쓴 것처럼 이전과는 달라져 있다. 크게 티 나진 않아도 몸과 마음속으로 분명히 무언가가 지나간 것을 느낄 수 있다. 몸 안팎으로 온전히 숨이 배회하고 순환하는 것을 처음으로 알아차린다.


복싱을 하고 싶었던 건 잡념이 많고 후회와 분노가 자주 덩어리져서 몸과 정신을 괴롭히니 그걸 표출함으로써 제거하고 싶은 욕망 때문이었는데(물론 불주먹을 장착하고도 싶었고), 희한하게도 전혀 다른 스타일인 하타요가를 하면서 그 표출과 해소의 욕망이 충족되는 느낌이었다. 복싱처럼 동적이지는 않지만 정적임 속에서 기의 움직임을 활성화하고 살피는 과정 안에는 드러나지 않는 치열함이 있다.


한 시간 반 동안 숨의 순환에 몰입해있다 보니 열렬히 몸을 움직인 것 같은 에너지 소요와 개운함, 순환하는 기의 따끈한 감각이 찾아왔다. 놓지 못하는 것을 놓으려고 발버둥 치려다가 그것이 곧 강압이고 나에게 행하는 폭력임을, 힘주지 않고 기다리면서 자연스럽게 놓아주는 길도 있다는 것을 처음 안 것처럼 인식했다.





 

     ABOUT AUTHOR

     여름곰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에서 어슬렁거리며 방황하는 존재입니다. 앞으로도 계속 흔들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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