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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나 안에서 존재연습1편 | 진화는 우연한 과정 속에서 이루어진다.

부재  _하타요가라는 우연을 만나기까지 시퀀스

생각해보면 우연은 시간을 통해 내 안에 쌓여온 수많은 요소 중 하나를 건드리는 일 같다. 경험이 쌓이든, 사건이 쌓이든, 마음이 쌓이든. 내 안에 쌓인 것들이 없다면 우연도 발생하지 않는 게 아닐까. 우연이라는 하나의 불씨가 내 마음에 있는 요소와 스치며 결합하고 반응한다.




'하타요가 일일체험'이라는 소개란을 발견했을 때, 이미 내 안에는 '요가'라는 요소가 겹겹의 시간을 통해 다양한 형태로 쌓여 있었다. 요가학원을 다니면서 빈야사 요가와 아쉬탕가 요가를 경험했고, 학원을 다니지 않은 뒤로는 그동안 기억한 동작을 떠올리며 혼자 매트를 깔고 수련하는 시간을 보냈다. 여행 중에는 유투브에서 요가 채널을 발견하고 부족한 부분을 도움 받았다. 잘 모를 때엔 요가라는 것이 차분하고 정적인 운동 같아도, 알고 보면 어떤 운동보다 강한 근력 수준을 요한다. 근력이 없거나 신체가 굳어 있으면 요가 동작 하나를 해내기 쉽지 않다. 그래서 혼자 수련을 하다 보면 그 힘겨움을 자주 회피하고 싶어지고, 그러다 보면 자연히 요가 수련은 요원해진다. 결국 나 같은 사람은 영락없이 침투하는 신체 통증의 펀치를 받아내야 한다.



통증의 역사를 말하자면, 고등학생 때 이미 허리 디스크 수술을 받았고, 유학시절에는 돈을 아끼려고 ‘우루사 곰’만한 배낭을 들쳐 메고 2시간씩 걷다가 경추와 척추 2, 3번에 경미한 디스크를 얻었다. 한 자리에 앉아서 기본 서너 시간은 컴퓨터를 들여다보는 일이 다반사여서 척추측만증을 고질병으로 안고 있다. 재활병원에서 물리치료를 받기도 하고, 한의원에서 침을 맞기도 하고, 치열교정을 통해 척추 뼈를 바로잡는 치료도 받아보았지만 눈에 띄는 효과를 보지 못했다. 모든 치료가 그때뿐이고, 작은 스트레스에도 어금니와 몸에 힘을 주는 버릇 탓에 척추가 뒤틀리고 턱관절과 어깨 근육이 굳는 일을 피할 수 없었다. 심할 때는 관자놀이로 길고 굵직한 바늘이 쑥 밀고 들어오는 것 같은 통증을 몇 날 며칠 달고 살았고, 어깨와 목, 허리와 무릎은 움직일 때마다 삐걱거렸다. 걸음을 걸으면 꼭 오른쪽 발을 바깥으로 비틀며 걸었는데, 의식적으로 신발코를 똑바로 하고 걸으려고 해도 이미 비틀린 자세가 편한지 자꾸만 오른발이 벌어졌다. 잠자리에서는 똑바로 누워서 30분을 버티지 못했다. 허리가 들리면서 통증을 유발했고 옆으로 허리를 접고 눕는 새우자세를 취해야 허리 통증을 그나마 완화할 수 있었는데, 그러면 또 기울어지는 머리를 받치느라 어깨를 귀에 대고 자야 하니 아침에 일어나면 어깨와 목이 딱딱하게 굳었다.


무엇보다 마음, 마음의 통증은 오래된 것이어서 예전보다 나아졌다고 하나, 여전히 관계에서 일어나는 마음의 동요와 수탈은 나를 크게 휘청이게 했다. 외부에서 끼쳐오는 일들은 꼭 외부의 탓이라기보다 내가 예상하지 못해서, 내 마음의 내구성이나 흡수력과는 차이가 나서 통증을 유발했다. 그래서 나는 외부의 일을, 누군가와 관계를 맺고 교류하는 일을 기피해왔다. 나 혼자서 나를 영위하면 마음은 대체로 평온했고, 내 페이스와 패턴대로 일상을 꾸려 가면 마음이 건드려지는 일 없이 원하는 방향으로 하루하루를 이끌어갈 수 있었다. 그 상태로 일 년이고 이 년이고 보호받고 유지하고 싶었다. 나는 이루고 싶은 꿈이 있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선 매일매일 성실하게 시간을 쏟고 훈련해야 하는 일들이 있는데, 한 번 마음이 무너지면 몸의 통증이 덩달아 극심해져서 몇 날 며칠 동안 아무 일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돼버렸다. 몸과 마음을 추스르고 원래 궤도로 돌아오기까지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소모되었다. 물론 시간이 해결해주는 일도 있어서 꿈을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으면 어렵사리 궤도로 돌아오긴 했지만, 한 번 꺾인 의욕은 예전 같은 탄력을 회복하지 못했다. 그래서 가능하면 다치지 않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나에게 배우자의 존재는 양면의 의미를 지닌다. 유일하게 힘을 빼고 이어갈 수 있는 관계이고, 혼자 하루하루를 운용하며 살아가는 나에게 단 하나의 '타자의 세계'가 되어준다. 안심하고 나를 개방할 수 있는 타자인 것. 하지만 동시에 배우자를 통해 연결된 수 갈래의 다른 타자들을 피할 수 없다. 배우자의 가족들과 친구들로 관계의 사슬은 한없이 뻗어나간다. 완전히 사방을 차단하지 않고 배우자에게만 하나의 문을 열었는데, 그 문을 타고 수만 갈래의 길이 이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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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과 통증과 감정 들은 시간을 두고 차곡차곡 쌓였다. 차곡차곡, 패이스트리처럼 얇디얇게 포개지는 줄도 모르게 포개진 그것들은 어느 순간 묵직한 한 덩이가 되어 마음의 밑바닥을 짓누른다. 무게를 버티지 못하고 움푹하게 내려앉은 밑바닥을 들여다보고 있을 때, '하타요가'가 내 옆을 지나갔다.

그때여서 나는 지나가려는 '하타요가'를 붙들고 물은 것이다.


"저, 초면에 죄송하지만, 잠시 같이 걸어 봐도 될까요?"



진화는 우연한 과정 속에서 이루어진다. - 빌 브라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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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름곰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에서 어슬렁거리며 방황하는 존재입니다. 앞으로도 계속 흔들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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