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A

우리가 좋아하는 작품들과 이야기들을 한 곳에서 만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매주 마인드풀에 관한 다채로운 정보와 이야기를 전달합니다.  


작가가 되고 싶은 분들은 오른쪽 상단의 '호스트 시작하기'를 참조해주세요. 


숲과 놀이신종코로나바이러스의 불안을 뚫고 간 가지산, 산행 중에 만난 지극한 평온함

"혹자는 힘들게 올라가서 어차피 내려올 걸 아득바득 산에 가냐 묻지만, 그건 산행을 제대로 해보지 않아 하는 소리다. 

산행 중에 몸이 힘들어도, 힘든 만큼 마음이 텅 비게 되어 평온함을 느끼게 된다."



- 우리의 호흡엔 모든 생명의 호흡이 깃들어 있습니다. 자연과 내가 둘이 아님을 압니다. 

자연 속에서 만난 사람, 생명 그리고 마음을 나누고자 합니다. -



 우리나라의 남동쪽에 위치한 울산은 겨우내 날씨가 온화한 편이다. 천 고지가 넘는 고산준봉들이 병풍처럼 북서쪽을 둘러싸고 있으니 겨울 눈 구경이 쉽지 않다. 허나 꽃샘추위가 오는 때에 비소식이 겹치면 어김없이 산정엔 눈으로 내린다. 특히 울산의 북서쪽 가장 높은 봉우리인 가지산엔 틀림없다.



 올해는 윤달 덕에 입춘이 빠르기도 했지만 봄기운이 오는 속도가 유난스럽게 빠르다. 고온 건조한 기온이 호주의 산불에 큰 요인이었다던데, 점점 겨울이 겨울답지 않아 지고 있는 것이 걱정스럽다. 자연재해에 더불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창궐로 사람들 사이에 팽배해지는 불안으로 시국이 뒤숭숭하다.

 생태계가 하루가 다르게 파괴되고 있는 것이 지구 곳곳에서 보고되고 있으며, 기후변화의 속도 또한 공룡멸종이후 이례 없는 속도라고 한다. 이 변종바이러스의 확산 또한 생태계 파괴의 일환이리라. 이 모든 사태에 인류의 책임이 막대하다는 것에 반하는 의견을 가진 이는 드물 것이다. 

자연이 주는 공기, 물, 바람, 볕 등 모든 것을 누리는 지구시민으로서 책임에 통감하며, 누린 것들에 대한 의무로 어떻게 보답할 수 있을까 떠올려본다.



 바람의 촉감이 보드랍다. 봄이 왔다는 신호다. 가슴이 주체 없이 콩닥거린다. 기다렸던 눈님을 만나기 위해 일기예보를 살핀다. 울산에 꽃샘추위와 함께 비가 오고 있었다. 가지산은 틀림없이 눈으로 내렸을 터, 평일 낮에 시간이 자유로운 산우와 함께 다음 날 산행을 기약한다. 자연을 좋아하는 벗도 신종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불안감보단 귀한 설산을 만나러 가는 것을 택했다. 우리는 가지산의 중턱인 운문령에서 시작해 쌀바위를 지나 가지산 정상으로 향하기로 했다. 

 산으로 향하는 길, 멀리서도 하얀 가지산이 보인다. 평일 오전인데도 산의 초입에는 차들이 즐비하다. 귀한 눈 소식에 사람들 표정이 밝다. 높은 산 사이 오목한 운문령은 사람도 넘어가기 편하지만, 바람 또한 쉬이 넘어가는 바람길이다. 청명하지만 매서운 바람이 우리를 맞이한다. 



산행을 시작할 채비를 하던 중 산우가 울상이다. 급히 나오느라 아이젠과 장갑을 챙기지 못했다고 했다.우리는 이미 장갑과 아이젠을 구할 수 없는 산 입구에 도착해 있었고, 걱정하는 마음에 휩싸여 있어봐야 소용없는 일이다. 벗에게 혹시 여분의 양말이 있는지 묻는다. 발에 끼면 양말이고 손에 끼면 장갑의 역할을 하게 될 터이다. 다행이도 벗에게 여분의 양말이 있었고 나의 배낭엔 아이젠을 대용할만한 낙하산용 끈이 들어있었다.

"상황을 자각하고, 대안을 만들고 나니 걱정은 온데간데없다. 하얀 산길을 걷는다. 뽀드득 눈 밟는 촉감이 좋다. 경사가 가팔라질수록 대화가 점점 사라진다. 몰아쉬는 숨과 무거운 다리에 집중하다보니 머리 속 떠오르는 생각이 종적을 감췄다."


"혹자는 힘들게 올라가서 어차피 내려올 걸 아득바득 산에 가냐 묻지만, 그건 산행을 제대로 해보지 않아 하는 소리다. 산행 중에 몸이 힘들어도, 힘든 만큼 마음이 텅 비게 되어 평온함을 느끼게 된다. 걷다가 탁 트인 경치를 보며 깊은 숨을 몰아쉬면 자연의 경이로움이 텅 빈 그 자리에 그득 찬다. 그 평온함과 행복감을 언어로 표현할 재주가 필자에겐 없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이 직접 그 기분을 느껴보시길 감히 추천 드린다."

산을 오르다 보니 풍경이 다채롭다. 눈 구경에 신이나 시간가는 줄 몰랐다. 오후에 일정이 있었던 우리는 시계를 확인하고 마음이 조급해졌다. 두리번거리며 걷는 걸음에 평소보다 속도보다 늦어졌기 때문이다. 미련 없이 시간이 허락하는 곳까지만 다녀오기로 한다. 다시 마음의 여유를 찾는다.

과거 등정주의(산 정상에 가는 것을 목적함)로 산을 다닐 때는 아득바득 산정을 고집했었다. 허나 지금은 다르다. 계획은 언제나 예상처럼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 목적을 이루고자 하는 것 또한 행복을 위함이다. 과정에서 행복한 것이 정상에 도착해 느끼는 성취감보다 더 큰 행복을 준다는 것을 안다.

우리네 사는 것도 산행과 닮아있지 않은가 떠올려본다. 좋은 차, 좋은 직장, 높은 직함을 위해 찰나의 행복은 접어두고 미래의 행복을 바라며 얼마나 바삐 달려가고 있는가. 그리고 목적한 바가 투자한 만큼 비례해 이뤄지지 않으면 실망하고 좌절하기도 한다. 삶은 예측한 대로 가지 않는다. 그리 길지 않은 인생을 살아본 필자도 이미 알고 있다. 



"찰나가 쌓여 과거를 만들고 미래를 만든다. 우리가 좌지우지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찰나뿐이다. 

찰나 머무는 지금의 시간들을 소중히 대하리라. 벗과 함께 다짐해 본다."



이른 점심시간, 쌀바위대피소에 도착했다. 대피소 지기가 끓여주는 뜨끈한 라면과 어묵을 주문한다. 겨울이 언제나 겨울답기를 바라며, 주시는 일회용나무젓가락을 사양하고 배낭 속 준비해 온 수저를 꺼낸다. 점심으로 준비한 김밥도 호일이나 비닐이 아닌 도시락에 챙겨왔다. 

"작고 소소한 실천이나마 자연이 주는 맑은 공기와 안락함에 대한 의무를 다한다. 추운 겨울산행 중 먹는 뜨끈한 음식들이 일품이다."

코로나19가 창궐해 도심에는 불안이 그득한데, 흰 눈이 쌓인 산정 어디에도 걱정이 온데간데없다. 좁은 대피소에 사람이 들어 올 때마다 서로 옆자리를 내어준다. 배낭 속 보온병을 꺼내 따끈한 핫초코를 탄다. 넉넉하게 가져온 뜨거운 물이 있는 덕에 옆자리의 산객들과도 나눈다. 산정에서 예상치 않은 핫초코를 반기신다. 배낭에서 한라봉을 꺼내 내미신다. 내려오는 길에 주신 과일을 까먹으며 산우와 웃는다. 배낭도 가볍고 마음도 따뜻하다.




 

     ABOUT AUTHOR

     노진경


         자연을 닮아 자연스럽게 순리대로 살아가고자 하는 인생여행자입니다.  


         작가 호스트 소개 바로가기



점심시간 12:30 - 14:00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

뉴스레터 발송을 위한 최소한의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이용합니다.
수집된 정보는 발송 외 다른 목적으로 이용되지 않으며, 서비스가 종료되거나 구독을 해지할 경우 즉시 파기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