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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좋아하는 작품들과 이야기들을 한 곳에서 만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매주 마인드풀에 관한 다채로운 정보와 이야기를 전달합니다.  


작가가 되고 싶은 분들은 오른쪽 상단의 '호스트 시작하기'를 참조해주세요. 


마인드풀 뮤직사운드스케이프 1편: 숲으로 간 기타리스트



1. 숲으로 들어간 기타리스트


잘 나가던 기타리스트 버니 크라우스(Bernie Krause)는 마흔이 되던 해, 평생 일해왔던 대중음악계를 떠났다.


뉴욕과 보스턴에서 스튜디오 기타리스트로 활동하며 온갖 프로젝트의 세션 작업에 참여했고,  “Beaver and Krause”라는 듀오를 결성해서 신디사이저 음향을 팝과 영화에 소개했으며, 다수의 개인 음반 뿐 아니라 다양한 영화음악, TV 시리즈 효과음 등을 담당하며 바쁘게 활동했던 그에게 어떤 전환점이 있던 것일까?


<야생의 보호구역에서(In a Wild Sanctuary)>(1970)라는 음반을 제작하면서, 버니 크라우스는 야생의 소리를 채집하여 음악의 요소로 활용하기 위해 녹음기와 마이크, 헤드폰을 들고 숲 속에 들어가 소리를 듣기 시작했다.


‘Walking Green Algae Blues’ (워킹 녹조(綠潮) 블루스)

야생의 소리를 음악의 요소로 활용한 최초의 작품, <야생의 보호구역에서> 수록곡


“그때까지 나는 자연계에 그토록 경이로운 잡담이 가득하다는 것을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다. (...) 대부분의 사람들은 듣는 것은 다 똑같다고 생각한다. 수동적으로 듣는 행위와 집중해서 열심히 듣는 행위를 구별하지 않는다.” (p.23)


고성능 마이크와 녹음기를 통해 들려온 야생의 소리는 놀랍도록 다채롭고 풍요로웠다. 그는 녹음기를 통해 비로소 ‘녹음기 없이 듣는 방법’을 배우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헤드폰을 통해 봄날 새벽의 합창을 처음 들은 순간, 나는 이제까지 내가 무심한 귀로 흘려버렸던 진짜 세상의 경험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p.24)



이러한 경험과 더불어, 헐리우드와 팝 업계의 불합리함에 진절머리가 난 그는 마침내 대중음악계를 떠났다. 버니 크라우스는 이후 예술학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해양생물음향학과, 생태음향학의 전문가가 되어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다양한 생태계의 소리를 듣는 삶을 살게 된다. 이러한 이야기는 그의 책 <자연의 노래를 들어라>에 소개되어 있다.


<자연의 노래를 들어라: 지구와 생물 그리고 인간의 소리풍경에 대하여>

버니 크라우스 지음 | 장호연 옮김 | 에이도스 | 2013년 11월 11일 출간


그는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자신이 자연의 소리를 찾기 위해 음악의 세계를 떠났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나는 그곳에서 진정한 음악을 발견했다”고 고백한다.


2. 자연의 오케스트라


평생 음악을 작곡하고 연주하는 삶을 살았던 뮤지션이었기에 그가 자연의 소리를 들으며 정교하게 작곡된 오케스트라 음악을 떠올린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가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귀 기울인 자연은 섬세한 균형을 이루며 울려퍼지는 소리들로 활기가 넘치는 콘서트장이었다. 다양한 종의 동식물들은 마치 오케스트라처럼 각각 특정 파트를 맡아 훌륭한 연주를 펼치고 있었다. 서로의 소리를 조율하고 영향을 주며, 긴밀하고 정교하게 얽힌 야생의 걸작품을 연주하는 ‘자연의 오케스트라’가 거기에 있었다.


자연의 소리풍경은 모차르트나 베토벤의 교향곡만큼이나 정교한 음악적 구조를 갖추고 있었다. 일반적인 오케스트라 편성에서는 현악기군이 전체적인 소리의 뼈대와 배경을 형성하고, 목관악기군이 주요한 선율에 색채감을 더해 주며, 금관악기군과 타악기군은 보다 특징적인 이벤트들을 장식하는 경우가 많다. 


이와 유사하게 자연의 소리풍경에서는 곤충들이 밤낮으로 무대의 배경을 채우고 독특한 리듬 패턴을 채운다. 그 위에 새들은 자신들만의 선율을 노래하며, 남은 공간을 포유류, 파충류, 양서류 등 기타 생물들의 소리가 채운다. 각 생물들은 마치 오케스트라의 서로 다른 악기군과 마찬가지로 서로 다른 고유한 음색과 음역대 그리고 시간대를 점유하고 있다.


또한 각 서식지만의 고유한 개성과 생태적 특성은, 음악에서 각 아티스트들의 작품에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음악 스타일과 유사한 고유한 생태음향적 지문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마치 다양한 장르에 정통한 음악 전문가가 자신이 모르는 곡을 듣더라도 그 음악의 고유한 음향적 특성에 따라 어떤 아티스트의 곡인지, 대략 어느 시대에 발표된 것인지 추정할 수 있는 것처럼, 생태음향 전문가는 특정한 소리풍경이 어떠한 환경에서 어떠한 날씨와 시간대를 담고 있는 것인지 유추할 수 있다고 한다.


3. 건강한 생태음향


버니 크라우스는 생태음향을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한다.


1) 지구음(geophony) : 비생물적 자연의 소리

2) 생물음(biophony) : 인간과 사육동물을 제외한 자연의 생물들이 만들어내는 소리

3) 인간음(anthrophony) : 인간이 만들어내는 소리


그는 이러한 자연의 총체적 음향을 자세하게 듣고 연구함으로써 생물군계 전체의 건강을 평가할 수 있다고 말한다.


<자연의 노래를 들어라>에 관련된 일화가 소개된다. 네바다 산맥의 한 공유림을 벌목 회사가 벌목하게 되었다. 회사는 자연에 최대한 영향이 덜 가는 방식으로 선별적인 벌목을 약속했고, 실제로 벌목 전과 후가 시각적으로는 아주 뚜렷한 차이를 보이지 않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버니 크라우스가 벌목 전과 후의 소리풍경을 녹음하여 비교하자 다양하고 빼곡하게 소리풍경을 채우던 새 소리가 사라지고, 소리의 전체적인 풍요로움이 감소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숲뿐만 아니라 해양 생태계도 마찬가지였다. 그가 건강한 산호초 서식지의 소리를 채집했을 때, 수많은 어류와 갑각류의 소리가 풍요롭게 뒤섞여 있었다. 하지만 환경오염으로 파괴되어 가는 산호초 서식지의 소리를 채집했을 때, 다양한 물고기 소리는 거의 사라지고 파도 소리와 간헐적인 갑각류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환경오염으로 인해 수온과 바닷물의 pH지수가 변화하면서 전세계의 수많은 산호초들이 파괴되고, 그에 따라 수많은 소리가 사라지는 것이다.


그래서 버니 크라우스는 건강한 생물음향의 표본을 기준으로 해서, 생태계가 교란되고 파괴되어 가는 상황을 관찰할 수 있다고 보았다. 생태계의 균형이 파괴될수록, 소리풍경 주파수 그래프가 나타내는 소리의 밀집도와 다양성 역시 급격하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4. 나가며


이렇듯 생물음은 생태계의 균형 상태에 대한 귀중한 정보들을 알려 준다. 교란되지 않은 자연 생태계는 계절에 따라, 하루의 시간대에 따라, 날씨에 따라 소리풍경이 매우 풍부하고 다양하게 변주된다. 모든 사람이 자신만의 독특한 어투와 목소리를 가지고 있듯이, 다양한 서식지의 고유한 생물군과 자연환경은 고유한 음향적 특성을 만들어낸다.


바쁘게 보내는 일상 가운데 한 번 쯤은 잠시 주의를 귀에 두고 소리를 들어 보자.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이 곳의 소리풍경은 우리에게 무얼 말해 주고 있나? 그 소리풍경은 얼마나 음향적으로 풍부하며 균형잡힌 구조를 가지고 있을까?


다음 시간에는 우리를 둘러싼 소리풍경에 대한 관심을 넘어 사운드스케이프(soundscape)라는 개념을 새로운 학문 분과로 정립시킨 캐나다의 작곡가이자 작가, 환경운동가 머레이 쉐퍼를 만나 볼 것이다.


5. 더 알아보기


버니 크라우스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그의 테드 강연 <자연 세계의 목소리(The voice of the natural world)>를 보기를 추천한다.


https://www.ted.com/talks/bernie_krause_the_voice_of_the_natural_world?language=ko



 

     ABOUT AUTHOR

     김용재


         "잊지 못할 소리를 글로 더듬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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