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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좋아하는 작품들과 이야기들을 한 곳에서 만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매주 마인드풀에 관한 다채로운 정보와 이야기를 전달합니다.  


작가가 되고 싶은 분들은 오른쪽 상단의 '호스트 시작하기'를 참조해주세요. 


마인드풀니스 여행기[마인드풀니스프로젝트] 03. 안아줄래? 안아줄께! 커들러(Cuddlers) 커뮤니티


인간의 교감을 극대화하는 터칭, 평생할 허그는 여기서 다했다. 


장기간 혼자 여행을 해본 사람들은 안다. 얼마나 사람의 품이 그리운지. 


낯선 사람들과 만나고 친해지는 것이 여행의 묘미지만 어느 정도는 경계심을 품고 여러 여행자들을 만나게 된다. 혼자 여행하는 동안에 우리가 타인과 나누게 되는 신체 접촉이 얼마나 적은 지 생각해 본이 있었던가? 아시아 국가권에서 가족과 친구들 사이에서도 꼭 안아준다는 건 그닥 흔치 않은 일이다. 그래서 여행과 일상을 비교한다 해도 크게 다르지 않을 수 있다. 오죽하면 돈을 주면 안아주는 직업까지 생겼을 정도이니. 


서양 문화권에서 누구를 안아주는 신체적 접촉은 인사의 일부로 아주 평범한 일이다. 고독한 싱글 웨스턴 여행자들은 집에서 실컷 누렸던 신체적 접촉이 장기적으로 부재하는 상황이 힘들 수도 있다. 많은 장기 여행자들이 잠깐씩 들렸다 가는 마인드풀니스 프로젝는 이 결핍을 채워주는 문화를 만들었다. 바로 언제나 서로를 꼭꼭 안아주는 것(cuddling). 이 곳에서 허그는 숨쉬는 것만큼 자유롭고 자연스럽다. 


유쾌하고 온화한 죠앙과 한나. 이렇게도 사랑스럽게 꼭 안아준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양치질 하러 가는 길에 친해진 친구와 마주쳤다. 


아침시간은 침묵 시간이라 말은 하지 않지만 서로 미소지으며 자연스럽게 두 팔을 벌려 서로를 꼭 껴안는다. 남자? 여자? 나이? 누구든 상관없다. 오랫동안 마음이 다 할때까지 안아주고 서로 하던 일을 마저 하러 간다. 이 커뮤니티 안에서 모닝 사일런스를 깨는 의식은 바로 포옹(cuddling, hug)이다. 실제로 얼마나 자주 안게 되는지... 모두가 처음 만나는 오리엔테이션 때는 마음을 담아 정성껏 안아주는 방법까지 알려줄 정도니까. 



Feel free to hug anytime! 


내 인생에서 평생 할 포옹은 정말 여기서 다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곳에서 허그는 전세계 곳곳에서 모인 다양한 사람들이 경계심 없이 순수한 휴머니즘을 표현하는 방법이다. 바쁜 도시 생활에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안아볼 기회가 얼마나 자주 찾아오겠는가?


어디든지 오순도순 앉는 거 참 좋아한다 우리 



마인드풀니스 프로젝트 커뮤니티 안에서 인간의 교감을 나누는 신체 접촉 방식은 허그를 기본으로 굉장히 다양했다. 내가 그 안에서 나눴던 수많은 허그 이외에 경험했던 따뜻했던 기억들 두개만 간단히 소개하고 싶다.  


#커들퍼들(Cuddle puddle)
커들퍼들이란 단어조차 굉장히 생소했다. 단어 그대로를 번역하자면 커들 = 껴안다 / 퍼들 = 웅덩이 라는 뜻으로 여러 명의 사람들이 단체로 얽히고설켜 포옹을 하는 행위이다. 무슨 말인지 이해가 잘 안 될텐데 아래 사진 한 장이 잘 설명해 준다.


처음 경험해본 커들퍼들(Cuddle puddle). 왼쪽 한켠에 나도 얽혀 있다. 


이게 뭐하는 히피들인가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왜 이런 그룹 커들링을 하는지 이유는 궁금해질 것 같다. 사람들은 이 퍼포먼스를 통해 성별을 떠나 타인과 섹슈얼하지 않은 육체적인 친밀감을 경험할 수 있다. 혹시 불편할 경우, 동참하지 않으면 그만이지만(그런 사람은 없었다) 이곳에 모인 친구들은 시간만 나면 커들퍼들을 하자고 제안했었다. 



내가 평생 경험한 스킨쉽 중에 제일 건전하게 다수에게 친밀감을 느낄 수 있는 방법이었다.


한 명 씩 서클 안에 조인하면서 얽히고설켜 누군가의 어깨를 베고 있고 또 누군가의 머리는 내 품에 안겨있었다. 완전히 누워 있는 상황에서 누구의 신체인지 알지 못하는데 그래서 더욱 재밌다. 누워서 30분 정도 함께 편안히 휴식을 취했다. 저 안에 있는 느낌은... 놀라울 정도로 편안하고 저 서클 밖에 나가고 싶지 않은 포근함이었다. 마치 어릴 적 엄마 무릎을 베고 누우면 엄마가 머리를 쓰다듬어줬던 것처럼 편안하다. 그 느낌 그대로 내 배에 머리를 기댄 친구를 사랑스럽게 쓰담쓰담 해줬다. 



비가 오고 정전이 되어서 모두 함께 빗소리를 들으며 누워있던 날 밤


이 커들퍼들 첫 경험 이후로 두번째 커들퍼들은 서로의 말소리를 들을 수조차 없을 정도로 비가 많이 쏟아지던 어느 저녁에 토킹 서클 대신 진행됐다. 태국 우기에 가까워지며 연일 쏟아지는 비에 때마침 정전으로 어둠 속에서 도란도란 누워서 보낸 한 시간 반. 그 순간이 얼마나 행복했는지. 우연히 옆에 눕게 된 친구들과 랜덤하게 떠오르는 어렸을 적 이야기와 실없는 농담을 주고받다 보니 끝에는 마음이 노곤노곤하고 말랑말랑해졌다. 저기에서 만큼은 타인에 대한 경계심을 모두 내려놓을 수 있었다. 점점 공허해져 가는 도시의 인간관계에서 채워지지 못했던 휴먼 커넥션의 결핍을 가득 채워준 것 같은 느낌이랄까. 



잊지못할 따뜻한 온기들, 그리고 그리운 사람들.


#아이컨택 메디테이션
아이컨택메디테이션(Eye contact meditation)은 마인드풀니스프로젝트 안에서 겪었던 또 하나의 신선했던 경험이다. 먼저 이곳에서 메디테이션의 종류가 한 가지가 아니라는 것을 배웠다. 자비영상(loving and kindness meditation), 걷기 명상(walking meditation), 눈 맞춤 명상(eye contact meditation), 완전한 어둠 속에서 하는 명상과 같이 다양한 명상 경험을 했다.


사랑스러운 파우린과 마라야. 그녀들은 무슨 교감을 나누고 있었을까.



아이컨택 메디테이션은 한명의 파트너와 짝을 이뤄 서로의 두 눈을 가만히 15분 동안 바라보는 심도 깊은 명상이다. 이 명상은 명상을 지도하는 사람의 지시에 따라 이뤄진다. 먼저 편하게 마주 보고 앉아 서로의 거리가 50센티 정도 되게 한다. 눈을 감았다가 잠시 후 눈을 떠서 상대방의 두 눈을 쳐다본다. 보통 처음 눈을 마주쳤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이 어색함에 눈을 피하거나 웃음을 터트리는데 이때 진중하게 최대한 눈을 마주하는데 집중하라는 지도를 받는다. 


어색함에 터져 나온 웃음은 곧 사라진다. 계속되는 어색함에 눈을 평소보다 훨씬 자주 깜박이게 된다. 어두운 밤 숲 속에서 들려오는 곤충 소리만이 들린다. 이어지는 정적 속에서 서로의 손을 잡으라는 지령을 받는다. 따뜻한 두 손을 잡고 바라보는 두 눈을 통한 교감은 더욱 배가 된다. 내 눈을 마주한 다니엘의 눈은 파랗게 투명하고 맑았다. 연인이 아닌 누군가를 이렇게 오랫동안 지긋이 쳐다본 적이 없어서 그랬는지 설명하기 어려운 여러가지 감정이 올라온다. 이건 무슨 감정일까. 


아이컨택 명상의 예시. 실제 아이컨택 명상을 하는 모습은 사진으로 남길 수가 없었다. 



명상에 더 몰입하게 되면서 내 파트너가 겪었어야 했던 인생의 어려운 경험을 떠올리며 그의 눈을 바라보라는 지령를 받는다. 내 파트너의 인생 히스토리는 전혀 모르지만 그의 눈이 말해주는 것 같다. 다니엘도 나를 그렇게 바라보고 있겠지. 어느새 두 눈에 눈물이 맺히고 눈물이 후두둑 떨어졌다. 왜 눈물이 나는지 모르겠다. 그의 눈도 빨갛게 충혈되기 시작한다. 그리고 명상 나레이터는 우리가 잡은 두 손을 아주 천천히 놓으며 이때 어떤 감정이 올라오는지 그대로 느껴보라 한다. 잠시 후 명상이 종료되었다. 


눈을 감았다가 다시 뜬 후 우리는 서로 한참을 안아준다. 말 한마디 주고받지 않았지만 굉장히 많은 교감을 나눈 것 같다. 명상 종료 후 서로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그 둘만이 한참 이야기를 나눴다. 다니엘의 두 눈빛이 아직 내 기억 속에 선명하다. 그는 지금 어디서 뭘 하고 있을까. 우리가 그 날 나눈 대화의 결론은 


We will somehow stay connected.


평온한 얼굴들 속에 묻힌 내 평온한 얼굴 하나





서울로 돌아와서 이 글을 쓰고 있는 어느 하루. 도시로 돌아가면 가족도 친구도 저렇게 더 자주 많이 꼭 안아줘야지 했었는데, 그것도 한 두 달이나 지속됐었나 보다. 도시로 돌아온 첫 한 두 달은 만나는 사람마다 꼭 안아주곤 했었는데 오래된 습관이 참 무서운 게 금방 잊고 만다. 오늘 아침 문득, 어떤 방법으로든 이 따뜻한 추억을 도시에서도 이어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출근길에 엄마에게 말했다. 


엄마, 나 좀 안아줘.


오랜만에 안은 엄마는 내 품에 쏙 들어올 정도로 작아졌다. 엄마를 마지막으로 안았을 때 기억하던 품이 이렇게도 많이 달라질 정도로 긴 시간이 흘러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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