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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드풀 뮤직음악죽음학 3편. 삶을 위한 음악, 죽음을 위한 음악


음악 죽음학

3편. 삶을 위한 음악, 죽음을 위한 음악




지난 두 편의 글에서는 어떻게 한 소녀의 경험이 ‘음악 죽음학’이라는 분야의 탄생으로 이어졌는지, 음악 죽음학의 목표와 과정 그리고 교훈이 무엇인지 살펴보았다.

그렇다면 실제 음악 죽음학 세션에서는 어떠한 음악들이 사용되는 것일까? 음악적 뿌리와 영감의 원천은 어디서 얻는 것이며, 왜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수많은 악기 중 특별히 ‘하프’를 사용하는 것일까?



1. 신비의 장미(Rosa Mystica)


Rosa Mystica (1990)


아래 버튼을 누르면 앨범 전곡을 감상할 수 있다. 15분 40초부터 나오는 3번째 트랙, Rosa Mystica를 들으며 이야기를 계속해 보자. 




Rosa Mystica(1990)는 그녀의 음반 중 가장 잘 알려진 작품으로, 가톨릭의 성모호칭기도(Litaniae Lauretanae)나 유대 세파르딤 전통의 종교적 선율뿐만 아니라 아일랜드, 루마니아, 이스라엘 전통의 민속 선율처럼 수백 년 전의 오래된 노래들과 함께 자작곡 For the Roses를 담고 있다. 그녀의 아름다운 목소리와 고딕 하프, 솔터리(psaltery), 첼로, 싱잉볼 등의 악기가 등장하기도 한다.


고딕하프 (gothic harp)
솔터리(psaltery)



음반의 제목이자 지금 듣고 있는 3번째 트랙인 Rosa Mystica는 가톨릭의 성모호칭기도에서 가져온 선율이다. 라틴어로 ‘신비의 장미’를 뜻하는 Rosa Mystica는 성모 마리아의 여러 호칭 중 하나이기도 하다. 멀리서 바람소리가 들려오고, 현으로 그은 솔터리의 희미한 지속음 위에서, 손으로 뜯어 연주하는 선율과 목소리가 등장한다. 

눈을 감고 들으면 마치 아무도 없는 적막한 고원에 서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죽음을 앞둔 이에게 이제는 움켜쥔 그 손을 놓으라고, 마음의 짐을 여기에 두고 저 곳으로 잘 건너가라며 다독이듯이.




2. 죽음을 위한 음악


음악 죽음학에서 사용되는 처방 음악의 다수는 그레고리아 성가 같은 '단선율 성가(plainchant)'에서 유래한다. 죽음을 앞둔 환자들이 평소에 좋아하던 음악을 들려 줄 수도 있을텐데 왜 단선율 성가를 선택한 것일까? 테레스 슈뢰더-셰커에 따르면 삶을 위한 음악(music for the living)과 죽음을 위한 음악(music for the dying)은 엄연히 다르다. 전자는 주의를 끌고 매혹하기에 육체적 감각에 머무르게 하지만, 후자는 생각과 감정, 육체적 감각을 놓아보내고 편안하게 죽음으로 건너가도록 돕는다.


처방 음악의 다수는 중세 그리스도교 수도원의 성음악 전통에 기대고 있다. 하지만 그 외에도 유대, 히브리 전통의 영창(cantillation)이나 전 세계의 민요, 자장가 뿐만 아니라 20세기 이후의 음악이나 자작곡도 사용된다. 음악 죽음학 학교의 중요한 목표 중 하나는 새로운 처방 음악을 작곡할 음악가들을 길러내는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모든 성가들이 음악 죽음학에 적합한 것은 아니다. 성가 레퍼토리에는 단선율 성가 뿐만 아니라 매우 정교하고 복잡하며 화려하게 발달한 선율의 찬송가(hymn), 안티폰(antiphon), 시퀜스(sequence)들이 포함되어 있다. 그렇게 복잡하고 정교한 음악들은 듣는 이의 사고 과정을 촉진시키기에 음악 죽음학에 적합하지 않다. 반면에 반복적인 멜로디 모티브나 작은 프레이즈의 단편으로 구성된 단선율 성가는 사고 과정이 아닌 몸의 기본적인 순환 시스템(맥박이나 호흡 등)으로 청자가 돌아와 쉬게 만든다.


우리에게 익숙하고 엄격한 리듬 체계가 자리잡기 이전에 만들어진 단선율 성가들은 4분의 4박, 4분의 3박처럼 고정적인 리듬 없이 불려진다. 그럼으로써 듣는 이들의 호흡을 고정된 박자에 맞추도록 조작하지 않고, 편안하게 자신의 자연스러운 호흡 안에서 쉬도록 돕는다. 또한 단선율 성가는 정해진 화성이 없기에, 화성이 없는 그대로 불려질 수도 있고 필요에 따라 처방 음악의 성격에 맞는 화성의 가능성을 활용 가능하기도 하다는 장점이 있다.




3. 하프를 사용하는 이유


음악 죽음학에서 하프가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창시자 슈뢰더-셰커의 개인적인 선호 때문이었다. 인터뷰에서 말하기를, 그녀는 어릴 때부터 하프라는 악기 자체에 대한 끌림이 있었고 졸업해서 돈을 벌자마자 처음으로 구입한 악기가 하프라고 한다. 그 뒤로 음악 죽음학이라는 분야가 생겨나기도 전부터 그녀는 자연스레 몸이 아픈 지인들이나 죽어가는 환자, 심지어 장례식 등에서 하프 연주를 해 주곤 했다.


음악 죽음학이 전문 분야로 자리잡은 지금, 창시자의 선호에 의해 우연히 선택된 하프가 음악 죽음학의 중심 악기로 여전히 사용되는 데는 실질적인 이유들이 있다. 우리에게 익숙한 성화나 천국을 그린 회화에서 천사들이 하프를 들고 평화롭게 노래를 불러주는 분위기나 이미지와는 무관하다.


가장 중요하고, 또한 현실적인 이유는 휴대성이다. 여러 병원과 호스피스 센터, 가정집 사이를 옮겨 다니는 음악 죽음학 전문가들에게는 트럭이나 특수한 장비 없이 혼자 쉽게 차에 싣고 다닐 수 있는 크기의 악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임종을 앞둔 중환자들이 머무는 집중치료실(ICU; Intensive Care Unit)이나 심장동맥집중치료실(CCU; Coronary Care Unit)처럼 민감하고 복잡한 의료기기들이 있는 제한된 공간에서 제약 없이 연주하기 위함이기도 하다. 하프 중에서도 우리에게 익숙한 클래식 음악에서 주로 사용하는 커다란 페달 하프(콘서트 하프) 역시 복잡한 집중치료실에서 부적합하기에 사용되지 않는다.


음악적인 이유도 있다. 임종 환자를 위한 처방 음악의 소스를 단성(monophonic) 음악에서 주로 가져오는 것은 사실이나, 제대로 된 음악 죽음학 세션을 위해서는 다성(polyphonic) 악기가 필요하다. 플롯이나 오보에같은 단성 악기는 아름다운 음색에도 불구하고 한 번에 한 음만 연주 가능하기에 음악 죽음학 세션을 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하프가 아닌 대부분의 다성 악기(피아노, 오르간 등)는 너무 커서 휴대성이 떨어진다. 반면에 기타는 다성 악기임에도 너무 작아서 잘 사용되지 않는다. 환자의 몸 길이와 유사하게 충분히 긴 하프의 현이 만들어내는 깊고 풍부하며 따뜻한 울림이 있어야만, 단지 귀로 음악이 들리는 것뿐 아니라 온 몸에 스며들면서 통증의 감소를 효과적으로 도울 수 있다.


콘서트를 위해 개발된 대부분의 악기들은 너무 볼륨과 울림이 커서, 극도로 약해진 환자에게는 심리적・ 생리적으로 일방적이고 심지어 폭력적일 수도 있다. 병실에서 트럼펫을 힘차게 부는 상황을 상상해 보면 잘 알 수 있다. 게다가 대부분의 집중치료실은 여러 환자들과 공간을 공유하고 있기에 더욱 조심해야 한다. 하프는 너무 볼륨이 크지 않으면서, 멀리 뻗어나가지 않고 공간 안에서 울리며 바로 엷어져 가기에 적합하다.




4. 나가며: 삶을 위한 음악 죽음학


지금까지 총 세 편에 걸쳐 음악 죽음학을 살펴보았다. 한 소녀의 운명적인 경험이 그녀의 삶을 바꾸었고, 죽음을 앞둔 수많은 사람들이 음악을 통해 평온하게 죽음으로 건너도록 돕는 음악 죽음학이라는 분야가 탄생하는 과정을 지켜보았다.


테레스 슈뢰더-셰커가 음악 죽음학의 처방 음악에 사용되는 음악을 구분하면서 ‘삶을 위한 음악’과 ‘죽음을 위한 음악’이라는 표현을 사용했지만, 결국 양자 모두 태어나고 살고 죽는 인간의 삶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 음악 죽음학은 음악을 통해 '죽음'을 삶이라는 거대한 사이클 안에 있는 의미있는 과정으로 바라보게 하고, 그럼으로써 우리가 삶을 더 잘 살아가게 한다. 


잘 죽는 것은 역설적으로 잘 사는 것과 분리되어 있지 않고, 깊이 연결되어 있다.





더 들어볼 음반


1. In Dulci Jubilo (1991)


앨범 재생리스트


우리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12-18세기의 크리스마스 노래들을 담은 음반이다. 수도원 전통의 종교적 노래뿐만 아니라 민속 선율과 자작 선율이 담겨 있다. 글 서두에 소개한 Rosa Mystica보다 전반적으로 밝은 톤의 노래들이 담겨 있다. 앨범 커버는 이탈리아 초기 르네상스 종교화의 거장 프라 안젤리코(Fra Angelico, c.1395-1455)의 그림 ‘천궁에서 영광받으시는 주님(Christ Glorified in the Court of Heaven, 1430, 런던 내셔널갤러리 소장)’이 사용되었다.



 2. Celebrant: Historical Harp Vol. 1 (1984)




가톨릭의 주요한 그레고리아 성가 모음집인 ‘통합 성가집(Liber Usualis)’, 13세기 프랑스 다성음악의 중요한 자료인 ‘몽펠리에 필사본(Codex Montpellier)’ 같은 성음악 문헌 뿐만 아니라 존 던스타블(John Dunstable, c.1390-1453), 기욤 뒤파이(Guillaume Dufay, c.1397-1474), 조스캥 데 프레(Josquin Des Prés, c.1450-1521) 등 르네상스 거장들의 다성음악 등 다양한 과거의 레퍼토리를 담은 음반이다. 정확한 고증을 위해 다양한 하프 고악기로 나누어 연주했기에 트랙 별로 다른 하프 소리를 들을 수 있다. 15세기 고딕 하프, 10세기 로마네스크 하프, 중세 솔터리(psaltery), 중세 켈틱 하프, 르네상스 하프 등이 사용되었다. 커버 이미지는 프랑스 왕녀 이사벨 드 에노(Isabelle de Hainault)의 인장(1190) 그림이다.


 


테레스 슈뢰더-셰커 인터뷰


테레스 슈뢰더-셰커의 이야기를 직접 들을 수 있는 인터뷰가 있어 소개한다. 그녀의 목소리로 직접 음악 죽음학이 무엇인지 배울 수 있다. 

(영문, 자막없음)




 

     ABOUT AUTHOR

     김용재


         "잊지 못할 소리를 글로 더듬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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