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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좋아하는 작품들과 이야기들을 한 곳에서 만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매주 마인드풀에 관한 다채로운 정보와 이야기를 전달합니다.  


작가가 되고 싶은 분들은 오른쪽 상단의 '호스트 시작하기'를 참조해주세요. 


마인드풀니스 여행기[마인드풀니스프로젝트] 01. 도착 첫 날, 행복은 어디에?


부제 : 태국 깡시골에서 잠시 길을 잃다. 


매일매일 해야 하는 일들로 가득가득 채워 열심히 살았다. 한국 사람들은 다들 그렇게 열심히 사니까 대단히 특별하거나 힘든 일은 아닌 줄 알았다.


행복을 찾아 떠난 싱가폴 회사생활은 3년간만에 만족감의 피크를 찍은 뒤 그닥 특별할 게 없는 일상이 되어버렸다. 출근길 지하철에 몸을 실은 나는 더이상 행복하지 않았다. 서울에 살면서 매일 출근길 내 모습이 싫어서 싱가폴로 왔는데, 싱가폴 회사생활 3년만에 다시 그 잿빛 얼굴을 하고 출근을 하고 있었다. 사는 장소에 문제가 아니었구나.



행복을 찾고 싶었다.



6개월간 고민하다가 퇴사를 했다. 퇴사 후 아무런 계획없이 딱 1년만 지내보기로 했다. 30년이 넘는 평생 매일 해야되는 일만 하고는 충분히 살아는 봤다. 반대로 아무런 저항 없이 무한한 자유가 주어진 나는 뭐를 하고 있을지 궁금했다. 열심히 살아온 나를 위해 후하게 선물한 '1년간의 미니은퇴' 기간동안 유일하게 미리 계획한 것아 딱 하나 있다. 마인드풀니스 프로젝트(Mindfulness project)!



 

도시끼가 다분한 입소(?) 전 빼꼼한 행색 



마인드풀니스프로젝트에 들어가기 1주일 전에 방콕에 도착했다. 1주일간 기다리고 기다렸던 송크란 페스티벌을 즐기며 하얗게 불태웠다. 한동안 다시는 문명 구경은 못할 사람처럼 방콕 시내 좋은 호텔에서 쉬고 나니 깡시골로 들어갈 준비가 좀 된 것 같았다.


2018년 4월 18일 수요일 저녁, 방콕 중심가에 사는 친구네 집에 정글생활에 필요없는 짐들을 맡겼다. 방콕 시내에서 택시를 타고 방콕 버스터미널로 향했다. 싱가폴에 살면서 태국에 엄청나게 자주 드나들었지만 고속버스를 타본 기억이 나지 않았다. 택시에서 내려, 아주 로컬스럽게 생긴 버스터미널을 보는 순간 조금씩 떨리기 시작했다. 330밧(한화 만 천 원)를 주고 산 티켓에는 목적지인 콘캔(Khon kaen) 조차 영어로 제대로 적히지 않았다. 사실 적혀 있을 의무도 없다. 승강장에서 버스기사님께 재차 콘캔에 가냐고 확인한 뒤에 야간버스에 올랐다.


 


태국 야간버스에는 밤새도록 태국 노래가 논스탑으로 흘러나온다. 귀마개 없이 선잠을 자다 깨다를 반복하다, 7시간이 걸려 콘캔 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도착하니 새벽 4시 반. 생각보다 너무 일찍 도착했다. 본격적인 목적지 찾기 게임은 이제부터였다.


마인드풀니스프로젝트의 웹사이트 안내대로 찾아오는 법을 따라가려면 아침 9시부터 운행되는 로컬 버스 '쏭타우'를 기다려야 했다. 쏭타우를 타고 내린 정류장에서 약 2~3 km의 비포장도로를 걸어가야지만 목적지가 나온다고 썼있었다. 그리고 사실 나는 길치다 ^^


엄청난 길치가 구글맵에도 안나오는 곳까지 약도에 의존해 태국 대중교통을 타고 찾아갈 자신이 없었다. 결국 버스터미널 바로 옆 세븐일레븐에서 너무 이른 아침을 먹으면서 30분 고민하다가 그냥 택시정류장으로 갔다. 택시 기사님께 약도에 나온 'Ban Muang Wan'이라는 마을로 가달라고 했고 기사님은 다행히 목적지 이름을 알아듣고 30km 이상을 달려 그곳에 나를 내려주었다.



마인드풀니스 프로젝트로 찾아가는 설명서는 이런식



콘캔 버스 터미널에서 목적지 근처까지 가는데 낸 요금은 방콕에서 콘캔으로 오는데 쓴 고속버스요금을 앞질렀지만 택시를 탄 건 신의 한 수였다. 기사님이 목적지라고 내려준 곳엔 아무것도 없었다. 웹사이트 약도대로 대중교통을 타고 따라오지 않아서 마을 어느 한 곳에 내려진 내가 어디에 있는지 더 헷갈리는 상황이었다. 의사소통이 전혀 되지 않는 기사님에게 다시 도움을 요청하기도 어려웠고 약간의 패닉 모드로 그냥 걷기 시작했다.


택시는 나를 지나쳐 10m 정도 앞에 서더니 기사님과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던 아저씨가 갑자기 창문 넘어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시골 동네라 사람들이 다들 친한가?'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찰나에 기사님이 내게 다시 타라고 손짓을 했다. 자전거를 탄 아저씨가 택시 앞으로 나가 길을 알려주기 시작했고 택시 기사님은 그 자전거를 따라갔다. 워낙 의심 없는 성격이라 무섭지는 않았지만 답답했다.'대체 이 사람들이 내가 어딜 가는지 어떻게 알지?'하고 궁금즘이 커져가는 찰나에 자전거가 멈췄다. 약도에서 봤던 바로 마인드풀니스프로젝트 입구 표지판이다. 예쓰!!!




길을 잃은 모르는 사람을 돕기 위해 시간을 내주신 두 분이 너무 고마워서 머리 숙여 인사를 했다. 추가요금을 계산하려고 지갑을 여니 기사님이 아까 받은 돈으로 충분하다며 손사래를 치고 그냥 가버리셨다. 도시에 살면서 누누이 '세상에 공짜는 없다'라는 말이 참 정 떨어진다고 생각했는데 이곳은 시작부터 느낌이 다르다. 그렇게 훈훈해진 마음으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생각에 엄청 긴장하며 캠프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아무도 없다.


아침 루틴인 요가를 하고 있을 사람들을 상상하면서 들어왔는데 텅 빈 공동 생활공간에 다시 살짝 당황했다. '뭐지, 제대로 찾아온 건가…?'바닥에 가방을 내려놓고 사람을 찾으러 다니기 시작했다. 저 멀리서 정원에 물을 주고 있는 한 브루넷 머리의 여자 하나를 발견했다. 정원에 물을 주는데 정신이 팔려서 내가 뒤에서 다가오는 줄 모르고 계속 물을 주고 있었다. 그녀를 방해하고 싶지 않아서 조금 떨어진 뒤에서 조용히 기다리고 있었다.



한 3분 정도 기다렸을까, 그제서야 나를 발견하더니 깜짝 놀라며 왈칵 안으며 인사를 했다. 프렌치 특유의 귀여운 엑센트 덕분에 어디서 왔냐고 묻지 않아도 됐다. 그녀는 친절하게 현재 상황에 대해 설명해줬다. 태국 최대의 휴일인 송끄란 페스티벌로 10일간 프로젝트는 문을 닫았었고 자기를 포함한 딱 3명만이 여기에 남아 지내고 있었다고. 오늘이 휴일 후 오픈 첫날이며 내가 제일 처음으로 도착한 자원자 멤버(volunteer)였다.


나는 그녀와 함께 정원에 같이 물을 주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 20분이 지났을까, 페이스북 소개영상에서 봤던 크리스찬과 스탭 한명이 스쿠터를 타고 도착했다. 크리스찬의 스쿠터 소리에 남아있던 두명의 멤버가 밖으로 나왔고 그들은 서로를 포근하게 안아줬다. 마치 인사를 음미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들이 인사를 나누는 동안 옆에서 뻘쭘히 서있던 나를 발견한 크리스찬이 내게도 환하게 웃으면서 팔을 벌리며 말했다.


"Welcome to mindfulness project!"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크리스찬의 넓은 어깨에 푹하고 안겨버렸다. 낯선 태국 시골마을로 찾아오는 동안 나도모르게 긴장하면서 생긴 불안감과 스트레스가 눈 녹듯이 사라지는 것 같았다. 간단히 소개를 하고 늦은 아침을 같이 먹었다.


입구 전경, 키친


나를 시작으로 오전에 10명이 넘는 자원봉사자들이 도착했고 아침식사 후에 캠프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오리엔테이션을 받았다. 이곳에서 최소로 체류해야 하는 기간은 10일이며 하루 체류비용은 200밧(한화 6800원)이다. 많은 사람들이 매일 24간을 부대끼며 지내는 곳이기에 서로에 대한 배려가 가장 중요한 곳이다. 당연히 캠프 안에서는 술, 담배, 섹스, 마약은 완전히 금지다. 매일 아침과 점심 두 번의 요리를 함께하고 저녁은 점심에서 넉넉히 만들어 남은 음식들을 나눠먹는다. 약 7~8일에 한 번씩 오는 'Buddha's day'에는 모두 시내에 있는 절에 내려가 로컬 사람들과 소통을 하고, 명상을 하고 수업을 듣는다. 그리고 하루의 자유시간이 주어진다. 휴일에는 콘캔에 시내에 남아 저렴한 호텔에서 하루 쉬다가 오는 친구들이 꽤 있다. 나도 매주 한 번은 그렇게 지냈다.



이곳은 30-40명의 사람들이 사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시설만 갖추고 있다. 한 사람당 하나의 매트리스를 나눠주고 모기장으로 각자의 큐비클을 만들어 잠을 잔다. 그렇게 같이 잠즐 자는 공동 취침 텐트 1개가 있고 가끔 정원이 초과되거나 개인의 선호도에 따라 밖에 개인 텐트를 치고 자기도 한다. 칠흑같이 어두운 곳에서 혼자 편안히 잘 수 있는 대담한 사람들이 꽤 많았다. 이외에도 내가 얼마나 편안한 도시 생활에 익숙해진 쫄보였음을 깨닫게 만드는 상황들이 많았다.


모두가 같이 자는 공동텐트 내부. 모기장 치고 밑에 매트리스가 전부.
화장실 두개


스쿼트 자세로 사용해야 하는 화장실 2개. 다행히 밑이 훤히 보이지 않고 청소를 잘해서 냄새가 심하게 나지도 않는다.

지푸라기를 엮어서 만든 지붕이 없는 오픈 샤워 4칸. 뜨거운 물 같은 건 애초에 없다. 아주 큰 바스켓에 물을 받아 바가지로 물을 퍼서 샤워를 한다. 샤워 후 땅에 흡수된 물이 친환경 농사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샴푸, 샤워젤, 비누 등 모든 바디제품은 친환경 제품을 사용해야 한다. 프로젝트 내부에서 친환경 비누를 직접 만들어 저렴한 가격에 판매도 하고 있었다.

이외 주방, 공동생활공간은 딱 한 개씩이며, 설립자 부부와 일년 이상 이곳에서 생활을 하고 있는 장기 스탭들은 약 2km 떨어진 곳에 따로 생활공간을 두고 지낸다. 그들도 잠자는 시간과 휴식시간을 제외하곤 대부분 메인 캠프 사이트에 서 함께 시간을 보낸다.


처음 도착시에 엄청 낮았던 건물 벽. 떠날 때즘 사진과 비교하면 놀랍다.


오픈 후 셋째 날까지 40명의 최대 정원은 금방 채워졌다. 약 70%가 유럽 사람, 30%가 북/남아메리카 사람들이다. 이 비율은 내가 프로젝트를 떠나는 날까지 크게 변하지 않았다. 이곳에 오기 전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단체사진을 볼 때마다 '왜 태국에 있는 커뮤니티인데 아시안을 찾아보기가 힘들까'궁금했다. 예상은 했지만 나는 몇 안되는 아시안 사람이었다. 크리스찬에게 물어봤더니 지금까지 참가한 한국인은 한 명인가 있었다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나와는 다르게 대부분의 자원자들이 이곳을 이를 알게 된 루트는 워크어웨이(https://www.workaway.info/)라는 웹사이트을 통해서다. 워크어웨이는 여행자들에게 봉사활동 프로그램을 제공하여 다양한 로컬 문화체험을 하면서 여행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비영리단체, 동물농장, 학교, 농장, 공동 커뮤니티, 일반 가족 등 다양한 그룹의 활동에 자원하여 경험을 할 수 있다. 사람들이 반대의 매력에 끌린다는데 정말 그렇다. 유로피안과 아메리칸들은 아시아에 색다른 매력에 푹 빠져 그 먼 길을 건너와 이런 식으로 여행을 하는 것이 인기를 끌고 있다. 반대로 아시아 사람들은 얼마 안 되는 휴가를 탈탈 털어서 그 먼 길을 건너가 유럽과 아메리카 대륙의 관광명소에서 다른 문화를 경험하고 행복을 느낀다. 여행의 방식은 다소 다르지만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것을 보고 느끼고 싶은 열망만은 같지 않을까.




돌아온 서울 내방 책상에서 이 글을 쓰면서 두 달이 채 지나지 않은 프로젝트의 기억을 떠올리면 미소가 저절로 머금어진다. 마치 연애 초 스윗하게 주고받았던 문자메시지와 연애편지를 자꾸 보고 싶은 그때처럼. 이 기록을 시간 내서 남기기로 한 건 정말 행복한 결정이다. 돌아온 이곳 도시 속 현실과는 너무도 달라서 마치 꿈같이 느껴지는 그 기억들을 최대한 오랜 시간 동안 간직하는 방법은 글로 남기는 것이다. 

마인드풀니스프로젝트는 어디에서든지 눈을 감으면 돌아갈 수 있는 마음의 안식처가 되어버렸다. 마인드풀니스프로젝트는 행복을 찾아 헤매던 내게 줄 수 있었던 최고의 인생 선물이 되었다. 이제부터 내 인생여행기를 천천히 풀어보려고 한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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