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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좋아하는 작품들과 이야기들을 한 곳에서 만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매주 마인드풀에 관한 다채로운 정보와 이야기를 전달합니다.  


작가가 되고 싶은 분들은 오른쪽 상단의 '호스트 시작하기'를 참조해주세요. 


명상은 처음입니다만웬만하면 스트레스를 막을 순 없다.



인생이 바다라면 스트레스는 마치 파도와 같았습니다.

며칠 잠잠했다 싶다가도 스트레스는 어김없이 거품을 물고 으르렁거리며 다가왔습니다. 살아남기 위해 열심히 헤엄쳤지만 그때마다 스트레스는 나를 먹어 삼켰고, 기진맥진하여 저항을 포기할 때 즈음에야 저 혼자 사라졌죠. 요리조리 피해봐도 스트레스는 스토커처럼 나를 따라다녔고, 싫다고 거부할 수도 없는 것이었습니다. 평생 이 스트레스와 싸우며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니 그것은 너무나 끔찍한 일이었어요.


그런 나에게 마음챙김 명상은 스트레스가 주는 데미지를 막아주는 '방어템'이 되어 주기 시작했습니다. 



| 건포도는 나에게 물었어요. '그게 과연 진짜일까?'


마음 챙김 명상 클래스 2주 차에는 ‘건포도 명상’이 진행되었습니다. 

말 그대로 작은 건포도 한 알을 판단 없이 있는 그대로 보고 느끼는 훈련입니다. 살면서 건포도를 5초 이상 집중해서 지켜본 적이 있나요? 저도 없었어요. 심지어 건포도 특유의 식감과 시큼한 맛이 싫어 어쩌다 빵에 박힌 걸 보면 골라내기 바빴던 저였죠.

그런 건포도가 내 손바닥 위에 주어졌고, 그것을 부드럽게 바라보는 것으로 건포도 명상은 시작되었습니다. 

건포도의 주름이 어떻게 생겼는지, 색깔은 적갈색인지 짙은 보라색에 가까운지, 빛깔과 광택은 어떠한지. 마치 태어나 처음 보는 신비한 존재인 듯 호기심을 가지고 살핍니다. 그런 다음에는 냄새를 맡습니다. 미세하게 달콤하고 시큼한 냄새가 납니다. 또 입에 넣고 천천히 혀로 건포도의 표면을 느껴보기도 합니다. 처음에는 딱딱하고 꺼끌 하던 것이 침과 섞이며 점점 부드러워지더군요. 

어금니로 살짝 무니 건포도가 으스러지며 즙이 나와요. 

'으... 역시 내가 싫어하는 맛이야.' 

잠깐! 이건 판단입니다. 

싫어한다는 판단이 나도 모르게 훅하고 들어오네요. 싫어한다는 그 마음을 내려놓고 다시 건포도에 집중합니다. 건포도가 모두 녹아 없어질 때까지 명상은 이어집니다.

이 과정은 단순하지만 쉽지 않았습니다. 그냥 빨리 잘근잘근 씹어 목구멍으로 넘겨버리고 싶은 충동이 들며 인내심을 시험했죠. 언제까지 보고 맛보고 있어야 하나 지루함이 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 건포도 명상이 알려주는 건 바로 ‘어떤 대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느끼는 것’이었습니다.


| 스트레스가 감지되었다면 그 직전에 당신은 무언가 '판단'을 한 것.

 

스트레스를 불러오는 건 바로 '나의 판단'이었습니다. 

판단이라는 건 어떤 대상을 옳고 그름, 좋음과 나쁘다, 호와 불호를 구분 짓는 생각이죠. 때문에 모든 비교와 평가는 판단에 들어갑니다.


노력한 만큼 보상받는 게 '옳다'는 판단.

상황이 내 뜻대로 되지 않는 건 '나쁘다'는 판단.

내가 남보다 뒤처지는 건 '위험하다'는 판단.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하는 것이 '좋다'는 판단.


이 수많은 판단들은 내 생각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면서, 스트레스가 무럭무럭 자라도록 영양분을 공급해주고 있었습니다. 그것이 너무나 익숙한 것이라서 차마 인지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뿐. 그리고 전 이 명상을 통해 내 생각을 그대로 바라보는 훈련을 하며 내가 얼마나 많은 판단적 사고를 해왔는지를 자각할 수 있었습니다.


| 막지도, 피하지도 않고, 그냥 허용하기.


건포도 명상을 배운 그 이후부터 내 안에서 자동적으로 일어나는 판단적 사고를 알아차리려 노력했습니다. 

사람이든 상황이든 평가하는 습관을 내려놓고 있는 그대로 바라보았습니다. 누군가 나에게 비난을 하더라도 그것을 좋다/나쁘다로 생각하지 말고 '아, 이 사람의 생각은 이렇구나.'라고 수용하는 것이죠. 내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한 일에 별다른 성과가 보이지 않아도 '아, 아직 때가 오지 않았구나.'라고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불안하면 애써 괜찮다고 다독이지 않고 그저 불안함을 그대로 느꼈고, 화가 나면 내가 화가 났음을 알아차려 주기만 했어요. 창피하면 창피 한대로, 질투 나면 질투 나는 대로 그런 나와 현상을 그냥 바라보았습니다. 

여기서 우리가 한 가지 유의해야할 것은, 마음 챙김에서는 판단을 막으라 말하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판단하고 비교하고 평가하는 건 인간의 본성이기 때문이에요. 판단을 없애려고 하는 순간 판단 그 자체가 나쁘다는 판단을 내리는 오류에 빠지게 된다는 것이죠. 

또 판단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누가 무엇을 하든 다 괜찮다고 허락하는 것 또한 의미하지 않습니다. 자신의 판단을 그대로 지켜봄으로써 그저 그 판단 아래에 있는 진짜 욕구, 갈망, 감정의 씨앗들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죠. 그럴 때 우리는 진짜를 보게 되고 좀 더 명료한 선택을 할 수 있게 되며 고유의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된다고 합니다. 

그것이 내가 마음챙김 명상 클래스에서 가장 처음으로 배운 것이었습니다.






     ABOUT AUTHOR

     이너피스


         내 마음 나도 몰라 심리학을 전공한 후 현재는 심리 서비스 기획을 하며,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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