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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좋아하는 작품들과 이야기들을 한 곳에서 만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매주 마인드풀에 관한 다채로운 정보와 이야기를 전달합니다.  


작가가 되고 싶은 분들은 오른쪽 상단의 '호스트 시작하기'를 참조해주세요. 


숲과 놀이산촌 바드리마을의 봄기운을 듬뿍 전합니다.

"매화는 신기하게도 코끝을 가져가도 제대로 향기를 맡을 수 없다. 

바람과 볕, 공기의 조화가 잘 맞아 후욱 밀려들어오는 짙은 향기를 내 의지만으로 맡을 수가 없다. 우리네 사는 것도 매화향기 맡는 것과 닮았다." .




- 우리의 호흡엔 모든 생명의 호흡이 깃들어 있습니다. 자연과 내가 둘이 아님을 압니다. 

자연 속에서 만난 사람, 생명 그리고 마음을 나누고자 합니다. -



 연거푸 들리는 코로나19 소식 때문에 우리 가족은 자의반 타의반 삼식이가 되었다. 사회적 거리두기의 실천으로 집 밖의 활동을 줄인 것도 원인이지만, 결정적인 원인은 다들 하던 일을 멈출 조건이 되었기 때문이다.


농산촌에서 숲체험 및 농사체험 등을 진행하는 일을 하는 필자는 거의 백수나 다름없는 상태가 되었다. 많은 체험객과 함께하는 다중이용 시설이다 보니 문을 닫는 것이 불가피했다. 취준생 막내는 독서실이 휴관하여 갈 곳을 잃었고, 지난 주말 경주의 친척집에 다녀온 부친께서는 경북을 방문했다는 이유로 회사에서 2주간의 자가격리를 권유 받으셨다. 업무상 재택근무가 불가하여 졸지에 푸욱 쉬시게 되셨다.


우리는 삶의 대부분을 스스로 결정하길 바란다. 허나 거의 대부분의 일은 이처럼 수많은 조건들에 의해서 결정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건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나의 삶은 나의 의지로만 굴러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겸허히 받아들이면 한결 마음이 편안해진다.

그렇다고 모든 것을 조건에 맡겨두고 무기력하게 살아가는 체념과는 다른 형태의 받아들임이다.



우리 가족도 할 일이 사라졌음을 겸허히 받아들였다. 이로 인해 하루 24시간을 집에서 함께하게 되었다. 매일 확진자 발생 및 그들의 이동경로가 긴급재난문자로 울려댔으며, 뉴스만 틀면 코로나19의 소식이 나왔다. 고통 받는 이들의 소식이 안타까웠다. 허나 무거운 마음 한편으로 집에서 보낼 시간이 넉넉히 생겨 좋기도 했다. 첫날은 가족이 함께하는 세끼 식사가 아주 오랜만이라는 것에 감동했고 충분한 쉼의 시간이 생겼다고 좋아했다. 허나 고작 서너일 지나고 나니 모두 고충을 토로하기 시작했다.


모친께서는 세끼를 차리고 치우는 일이 이렇게 힘들었다는 사실을 세삼 다시 확인하셨으며 외향적 성향의 우리 가족들은 모두 갑갑증이 도졌다. 평소에 도통 집에 붙어있지 않는 사람들이라 더욱 그러했다. 모두들 한껏 예민해져서 사소한 것에도 부정적인 감정들이 꿈틀거렸다. 이유조차 기억이 나지 않는 일 때문에 동생과 언성이 높아지기도 했다. 부정적인 감정들이 커지는 것을 스스로 전혀 통제하지 못하고 있었다.



스스로의 감정에 버거워했다. 이럴 땐 환기가 필요하다. 

탁한 실내에 창문을 열어 맑은 공기를 확 불어 넣듯이 내 마음에도 환기가 간절했다. 표충사 인근 향로봉 중턱에 자리 잡은 바드리 마을에 있는 우리 매실밭이 떠올랐다. 날이 따스해 꽃이 피었을 것이다. 거기다 인적이 드문 곳이니 안성맞춤이었다. 함께 가길 원했으나 부친은 회사에서 자가격리를 위해 유급휴가를 줬으니 외출을 삼가며 휴가의 본질에 충실하겠다고 하셨고, 시험을 앞둔 동생도 공부에 집중하겠다고 했다. 모친께서만 무릎을 탁치며 좋아하셨다.




마스크를 쓰고 장화와 톱, 그리고 낫을 챙겼다. 겨우내 관리하지 않은 매실밭의 칡넝쿨과 잡초들을 정리해주고 매화나무의 가지치기도 할 요량이었다. 차를 타고 출발하니 벌써 가슴이 탁 트인다. 모친과 함께 창을 열어 봄바람을 느낀다. 바람의 촉감이 보드랍다.


찌뿌둥한 아침, 커피 한잔이 간절했다. 자주 찾던 인근의 작은 카페가 문을 닫았다. 입구에 ‘휴업’이라고 커다랗게 써 붙어있다. 큰 도로로 나와 프랜차이즈 커피숍으로 향한다. 평소엔 주차할 곳도 없고 사람이 붐이던 그 곳은 나이 지긋한 어르신 한 분만 창가에 앉아 커피를 드시고 계실 뿐, 매장 안이 텅텅 비었다. 우리 가족뿐 아니라 도시의 대부분 사람들의 삶이 멈춰진 듯 했다. 커피를 포장해 다시 바드리마을로 출발한다.


울산의 천고지가 넘는 산군들을 끼고 있는 울밀로(울산-밀양) 위를 달린다. 웅장한 산과 푸른 하늘을 보니 가슴이 시원하다. 쭉 뻗은 도로를 지나 꼬불꼬불 굽이진 산길을 오르고 내리니 바드리마을에 도착한다. 도심은 바이러스 창궐로 마비되어 고요한데 봄철 농산촌사람들은 분주하다. 가는 길 인근 숲에서 첫 표고를 수확 중이셨다. 모친을 차를 세우고 가진 현금을 탈탈 털어 버섯을 한가득 사신다. 표고는 자고로 첫 수확 때 가장 맛있다고 하셨다. 장바구니 한가득 표고를 담아오는 모친의 얼굴에는 기쁨이 그득하다.



표고 밭을 지나 매실 밭으로 향하는 길에 산딸기 밭에서 일하시는 이모님을 만난다. 매해 매실을 수확해 갈 때마다 갓 딴 산딸기를 한아름 사가던 곳이다. 초여름, 매실을 털고 담고 옮긴 뒤 그늘에 앉아 찹찹한 산딸기를 한 움큼 집어 먹으면 그리도 행복할 수 없다. 이모님께 반갑게 인사를 한다. 이 곳에 오니 그 행복한 여름날의 기억이 떠오른다.



도심과 다르게 바드리마을엔 바이러스의 흔적이 없다. 이 동네사람들은 다들 나와 밭일을 하느라 바쁘시다. 마스크를 낀 사람도 우리 모녀뿐이다. 매실 밭에 도착해 우리도 마스크를 벗어버렸다. 봄내음이 참 좋다. 마스크를 거치지 않은 공기가 세삼 감사하다. 여기저기 진달래도 매화도 만발이다. 집에서 느끼지 못했던 온전한 봄의 흔적이 여기 저기 도처에 그득했다.


 


모친께서는 매화나무를 감고 올라간 칡넝쿨을 잘라주신다. 그 동안 바닥에 쪼그려 앉아 매화나무 아래 보들한 어린 쑥을 캔다. 10년 넘게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아 가능한 일이다. 살랑살랑 봄바람에 매화향기가 아득하다. 




매화는 신기하게도 코끝을 가져가도 제대로 향기를 맡을 수 없다. 

바람과 볕, 공기의 조화가 잘 맞아 후욱 밀려들어오는 짙은 향기를 내 의지만으로 맡을 수가 없다. 

우리네 사는 것도 매화향기 맡는 것과 닮았다.





시간이 제법 흐르니 허기가 진다. 시계를 보니 점심시간이 훌쩍 지났다. 가져온 의자를 피고 앉아 아까 사온 표고를 손으로 뜯어 넣고 라면을 끓인다. 향로봉엔 신록이 싱그럽고 매화향기가 봄바람에 폴폴 날아온다. 잘 끓은 라면 속 갓 수확한 표고가 탱탱하다. 의자 옆에 놓인 장바구니 안에 방금 뜯은 쑥이 한가득 들어 있다. 실로 든든하고 뿌듯하다. 코로나19의 창궐로 삭막한 이 시국에 자연을 가까이 하길 좋아하는 모녀는 봄날의 호사가 감격스럽다.





이 좋은 기운을 바이러스로 힘들어하고 있을 이들과 나누고 싶다. 일단 이 쑥과 표고로 우리 집에 있는 부녀에게 봄기운 담뿍 전하리라. 또한 이 글을 읽는 누구든 바드리마을의 봄기운으로 싱그럽게 환기되시길 조심스레 바라본다.





 

     ABOUT AUTHOR

     노진경


         자연을 닮아 자연스럽게 순리대로 살아가고자 하는 인생여행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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