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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되고 싶은 분들은 오른쪽 상단의 '호스트 시작하기'를 참조해주세요. 


마인드풀 뮤직프렐류드(전주곡) | 1편

프렐류드(전주곡)

<마인드풀 뮤직> 칼럼 시리즈를 시작하며

음악을 틀지 않더라도 우리는 수많은 소리에 둘러싸여 살아간다. 당신이 글을 읽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세상은 온갖 소리로 가득하다. 잠시 눈을 감고 가만히 귀를 기울여 보자. 창밖을 지나가는 차 소리가 들릴 수 있다. 윗집에서 쿵쿵거리는 소리가 들리기도 한다. 집이 조용한 편이라면 냉장고나 컴퓨터가 작동하는 소리가 있었음을 알아차리게 된다. 집이 정말로 고요하다면 우리 귀도 함께 점차 예민해져서 평소 의식하지 못하던 몸의 미세한 소리까지 들려온다. 호흡이 들리기 시작하고, 심지어 심장이 뛰는 소리까지도 들을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아무리 고요한 곳에 있다고 하더라도 소리로부터 완전히 벗어나는 것은 불가능하다.





1. 소리 실험 이야기


소리와 소리 인식에 대한 흥미로운 실험이 있었다.


보조 연구원: (종을 쳐서 소리를 낸다)

실험자: “지금 소리가 들리시나요?”

피험자: “네. 들리네요.”

실험자: (종소리가 점점 잦아들다가 완전히 그친다) “지금도 소리가 들리시나요?”

피험자: “들리지 않네요.”

보조 연구원: (다시 종을 쳐서 소리를 낸다)

실험자: “지금 소리가 있나요?”

피험자: “네. 소리가 있네요.”

실험자: (종소리가 점점 잦아들다가 완전히 그친다) “지금도 소리가 있나요?”

피험자: “아뇨. 소리가 없어요.”


실험 내용을 종합해보면, 피험자는 종이 울리는 것을 보고 첫 번째는 “소리가 들린다”고 했다가 두 번째는 “소리가 있다”고 답했고, 종소리가 그친 것을 보고 첫 번째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고 했다가 두 번째는 “소리가 없다”고 답했다. 같은 현상을 두고 대답이 달라졌다. 일상적으로 우리가 ‘물리적 현상인 소리 그 자체’와 ‘소리를 지각하는 생리적 작용’을 잘 구분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 주는 실험인 것이다.


소리와 소리 인식에 대한 이 실험은 기원전 5-4세기경에 행해졌다. 실험자의 이름은 고타마 싯다르타, 우리가 너무나 잘 아는 붓다였고, 보조 연구원의 이름은 붓다의 아들 라훌라, 피험자의 이름은 붓다의 제자 아난다였다. 붓다는 아난다가 ‘소리가 물리적으로 생겨나고 사라지는 것’과 ‘소리를 듣는 지각 작용 자체’를 혼동하고 있음을 지적하면서, 영원한 진리를 따르지 않고 생멸하는 작용을 좇는 것이 중생의 고통의 원인이라고 가르친다. 아마도 붓다는 소리와 소리 인식에 대해 섬세하게 구분하고 고민한 첫 번째 심리학자였을 것이다. 이 소리 실험은 <능엄경 楞嚴經> 4권에 기록되어 있다.



 <능엄경 楞嚴經> - 선을 닦아 인간의 감각작용에서 유발되기 쉬운 온갖

번뇌로부터 해탈의 경지에 이르는 요의를 설한 대승불교의 불경 



소리와 같은 감각과 인식 작용을 정밀하게 관찰하는 것은 전통적으로 몸과 마음의 괴로움에서 벗어나기 위한 수행의 첫 단계였다. 소리는 눈으로 볼 수 없고 손에 잡히지 않으면서 끊임없이 변화하고 찰나에 스러진다. 이러한 소리의 물리적 특성은 붓다가 말하려는 공空한 세계의 실상을 보여주기에 매우 적절하기에, 붓다는 소리로 실험을 했을 것이다.


소리는 물리적인 에너지가 공기나 물 같은 매질의 진동을 타고 파동의 형태로 전해지는 현상이다. 인간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파동의 높낮이, 세기, 모양을 종합하여 ‘소리’라는 형태로 인식한다. 불규칙하고 조화롭지 못한 소리는 소음으로 인식하고, 규칙적이며 조화로운 방식으로 구성된 소리는 ‘음악’이라 부르며 즐겨 듣기도 한다. 전 세계의 수많은 종교 전통들은 소리와 음악을 종교 의례와 수행의 중요한 매체로 사용해 왔다. 물리적인 ‘힘’ 그 자체인 소리가 인간의 신체와 정서, 정신에 강력한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소리의 힘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오감 중 어떠한 것이라도 마음챙김mindfulness의 대상이 될 수 있지만 소리는 모든 방향으로부터 들려오고, 멀거나 가까워도 함께 들을 수 있으며, 하나이든 여럿이든 동시에 들리고 시야가 가로막혀도 들린다는 점에서, 특히 마음챙김에 매우 유용하고 적합한 대상이다.



2. 귀 기울여 듣기


다시 동시대로 시선을 돌려 보자. 소리와 소리 인식에 대해 다른 방식으로 깊게 고민한 사람을 만날 수 있다. 캐나다의 작곡가이자 작가, 환경운동가인 머레이 셰퍼Murray Schafer(1933-)는 우리가 살고 있는 소리 세계에 주목하면서 소리sound와 풍경landscape을 조합한 신조어 사운드스케이프(소리 풍경)soundscape를 제안했다. 자연환경의 급격한 파괴와 도시의 폭발적 증가로 인해 현대인이 살아가는 소리 풍경의 소음 공해는 심각한 수준이 되었다. 셰퍼는 소리 풍경의 구성 요소를 기조음keynote sound, 신호음sound signal, 표식음soundmark 등으로 세분화했다. 그가 이러한 새로운 개념을 제안한 이유는 우리가 살아가는 소리 풍경을 세분하여 섬세하게 인식함으로써 보다 의식적으로 듣기 위함이었다.



Murray Schafer(1933-) - 사운드 스케이프 프로젝트, 음향 생태,

The Tuning of the World로 잘 알려진 캐나다의 작곡가, 작가, 음악 교육자 및 환경 학자.



소리 풍경의 일방적 수용자이자 수동적 청취자가 아니라, 의식적인 청취자이자 적극적인 참여자 그리고 더 나아가 창조적인 생산자가 되는 것은 우리가 살아가는 소리 풍경을 보다 아름답게 만들어가기 위해 필수적인 일이다. 쉐퍼는 우리가 모두 그러한 ‘사운드스케이프 디자이너’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름다운 소리 풍경을 만들어가는 것은 결국 개개인이 자신의 삶 속에서 긍정적인 상태로서의 침묵을 회복해야만 가능한 일이다. 우리가 내면의 소음을 잠재울 수 있다면, 외부의 소음 공해는 자연스럽게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붓다와 머레이 셰퍼 모두 소리를 깨어있는 마음으로 섬세하게 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능엄경 楞嚴經>은 청각을 이용한 수행법으로 이근원통耳根圓通을 제시하고 있고, 셰퍼는 소리 풍경을 섬세하게 구별하여 듣는 능력인 투청력透聽力, clairaudience을 기르기 위해 이어 클리닝Ear Cleaning이라는 훈련법을 고안하기도 했다.


깨어있는 마음으로 섬세하게 듣는다는 것은 그저 수동적으로 들리는 상태인 문聞, hearing에서 귀 기울여 의식적으로 듣는 상태인 청聽, listening으로 나아간다는 것이다. 잘 듣는 것은 지금 경험되는 현상을 판단하지 않으며 의식적으로 주의를 기울이는 마음챙김의 훈련이기도 하다. 또한 잘 듣는 것은 개인이 내면의 소음을 잠재우고 그럼으로써 결과적으로 더욱 아름다운 소리 풍경을 만들어가는 치유적이고 창조적인 예술 행위이기도 하다.


3. 고민을 시작하며


글의 서두에서 이야기했듯, 우리는 수많은 소리에 둘러싸여 살아가기에 소리로부터 완전히 벗어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우리는 소리를 어떻게 깨어서 듣고 낼 것이며, 소리로 어떻게 아름답게 소통하고 나누며 살아가야 할까? 결코 쉽게 대답할 수 없는, 어쩌면 영영 대답할 수 없이 고민하며 살아가야 할 질문인지도 모른다.


<마인드풀 뮤직> 시리즈는 소리와 음악 그리고 마음챙김와 연관된 다양한 주제들을 소개하고 거기에 뒤얽힌 필자의 고민을 나누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되었다. 어쩌면 방금 언급했던 답할 수 없는 질문을 혼자 끌어안고 있을 수가 없어서, 그런 답답한 마음을 어디에라도 털어놓고 나누고 싶어서 시작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러한 필자의 고민에 공감하면서 함께 깨어서 듣고 소리 내는 삶을 꿈꾸는 독자가 한 명이라도 있다면 이 해결할 수 없는 고민도 그리 부질없지만은 않을 것 같다.


다음 시간에 다룰 첫 번째 주제는 음악 죽음학Music Thanatology이다. 말기 환자의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완화하고 평안한 죽음을 맞을 수 있도록 돕는 호스피스Hospice에 대해서는 한 번 쯤 들어 보았을 것이다. 음악 죽음학은 쉽게 말해서 음악을 통한 일종의 호스피스 완화 치료palliative care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음악 죽음학은 단지 말기 환자의 고통 경감뿐만 아니라, 환자가 삶의 총체적인 순환 안에서 죽음을 의미 있는 과정으로 받아들이고 평온하게 깨어 있는 상태로 죽음의 단계를 맞이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어떻게 깨어있는 마음으로 소리 내고 들으며 살 것인가?’라는 필자의 질문에 음악 죽음학이 어떠한 이야기를 들려줄 것인지 궁금하다면, 다음 칼럼에서 만날 수 있을 것이다.





 

     ABOUT AUTHOR

     김용재


         "잊지 못할 소리를 글로 더듬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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